‘대미 강경’이냐 ‘대남 시그널’이냐…北 리선권 외무상 선임 배경 주목

  • 뉴스1
  • 입력 2020년 1월 20일 11시 18분


북한의 새 외무상(장관)에 임명된 것으로 파악되는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2018.10.1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새 외무상(장관)에 임명된 것으로 파악되는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2018.10.1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외교 채널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인 인사를 두고 북미 및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이 20일 엇갈리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통해 인선을 단행하며 외무성의 수장인 리용호 외무상을 교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후임자로 전해진 인사는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다. 조평통은 대남 기구 중 하나로 리선권의 이 같은 인사 배치는 다소 이례적이다. 게다가 그는 군부 출신이기도 하다.

군부 출신에 외교 경험이 일천하다는 이유로 리선권의 외무상 임명은 북한이 북미 대화를 ‘닫겠다는’ 혹은 무력 도발을 시사한 강경한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리선권은 경험이 풍부한 ‘회담꾼’으로 그를 전형적인 군인의 이미지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반박도 있다. 실제 리선권은 군 소속일 때도 실질적인 무력에 대한 부분보다는 대남 접촉 및 회담에 관여한 인물이다.

지난 2017년에는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후 비핵화 협상이 전개되자 그는 대남 담당인 조평통의 위원장으로 역시 수차례 우리 측과의 회담에 나섰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의 외무상 기용은 대미 강경 메시지라기보다는 다른 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새로운 대화 전략의 구상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화의 전략을 바꿨다. 기존에 통일전선부 인사들을 내세워 남북미 3자 구도로 진행해 온 대미 협상을 외무성 중심의 양자 협상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새로운 길’로 가기 전에 대화에 나서라”며 미국을 움직여보려 했던 외무성의 전략은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카드를 제출하지 않았고 북한은 올해 자력갱생의 기치하에 경제난 ‘정면 돌파’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시 남북관계가 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과의 교감하에 북한에 대한 개별 관광 추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역시 미국과의 대화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에서 대북 제재의 영향력이 가장 적은 관광 사업의 전면적인 개방을 추진해 온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리선권의 기용은 지난 2년 간의 대미 협상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북한이 다시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나온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외무성의 오래된 대미 협상 방식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을 수도 있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파격적인 인사는 기존 시스템의 전면적 수정이 필요할 때 나온다”라며 “외무성의 전통적인 대미 협상 방식에 ‘파격’을 주기 위해 리선권이 기용됐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완전히 멈춘 남북관계를 올해 북한의 수정된 대외전략에 활용하는 대화 전략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새로운 외무상의 지휘하에 ‘반미 국제 통일전선’을 전개해 미국의 대북 압박과 유엔 제재를 뚫고 나가겠다는 전략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련의 분석들을 종합하면 북한이 올해 전형적인 외교, 대남 관계를 추진하기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대외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향후 북한의 행보를 기존의 대미, 대남 관계 분석의 틀에서 해석하기 어려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외교적으로는 지난해 말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한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북 제재 문제 해소를 위한 이들의 보폭이 커질 수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정상 외교가 어디로 향하는지도 관심사다.

남북관계에서는 리선권을 비롯해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현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등 대남 라인의 향후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들은 일시적 부침은 겪었으나 큰 징계 없이 자신의 직책을 유지하며 활동해 온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남북은 특히 북한이 ‘2월 말’로 시한을 제시한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문제, 정부가 본격적인 추진을 선언한 개별 관광 문제로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머리를 맞댈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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