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53)의 항소심 재판부가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다고 21일 잠정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범 성립 여부에 대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선고를 연기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이날 김 지사의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애초 이날 항소심 선고 공판이 예정됐었지만, 재판부는 전날 직권으로 변론 재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했던 ‘김 지사의 시연회 참석 여부’가 아니라 ’드루킹 일당과의 공모 관계’에 초점을 맞춰 추가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김 지사 주장과 달리 특검이 상당 부분 증명을 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김 지사가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드루킹’ 김동원 씨, ‘둘리’ 우 모 씨 등 진술증거를 제외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김 씨로부터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고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봤다는 비진술적 증거들, 당일 온라인 정보보고, 킹크랩 프로토타입의 시연 로그기록, 이후 작성된 피드백 문서 등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개발을 승인했는지 등 ‘공모 여부’를 판단하려 한다며, 최종 결론을 내리기 위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추가 심리를 위해 △김 지사가 드루킹의 킹크랩 시연을 본 뒤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는 드루킹 진술 신빙성에 대한 자료 △김 지사와 드루킹 관계에 대한 자료 △대선 당시 민주당 내 김 지사의 역할 △민주당 내 여론 관련 조직 등에 대한 추가 자료 등 8가지의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재판부는 추후 새로운 결정적 증거가 나온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김 지사 측에 잠정 결론을 바꿀 결정적 자료가 있으면 제출하라고 전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결론에 김 지사 측은 당혹스러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 측은 “저희들은 일관되게 11월 9일자 시연은 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며 “재판부의 잠정적인 심증이니 조금 더 관련 내용을 추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 항소심 15차 공판은 3월 10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김 지사는 드루킹 김 씨 일당이 2016년 12월 4일부터 2018년 2월 1일까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7만6000여 건에 달린 댓글 118만8800여 개의 공감·비공감 신호 8840만1200여 회를 조작하는 데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김 씨에게 경제적공진화를위한모임(경공모) 회원 ‘아보카’ 도모 변호사(63)의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 제공 의사를 밝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1심은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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