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80여 일 앞둔 여야의 공천 셈법은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지역구 세습 논란과 안전한 텃밭을 고집하는 유력 정치인들의 언행 등 잡음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공천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혁신 공천을 통해 총선 승리를 도모하려는 각 당 지도부는 ‘공정’이나 ‘헌신’과 거리가 먼 출마자들의 행보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총선 출마 논란을 겨냥해 “당내 우려를 보여주는 분들이 있다. 이 사안은 전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문 의장의 아들 문석균 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은 현재 문 의장의 지역구인 의정부갑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전략 공천 지역으로 선정된 의정부갑에 지역위 핵심 인사이자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 아들이 출사표를 던지자 사실상 ‘세습’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대를 이어 ‘금배지’를 다는 사례는 있지만 부모의 지역구를 바로 다음 선거에서 자식이 물려 받는 사례는 상당히 드물다는 것.
당내에서는 설사 경선이 진행된다고 해도 문 의장 아들을 상대로 경쟁에 나서는 인물이 없다면 당이 또다른 비난을 받을 수 있어 우려하는 분위기가다. 여기에 의정부에 살던 문 상임부위원장이 자녀들을 문 의장의 서울 한남동 공관으로 전입시켜 서울 소재 학교에 다니게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일단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별도의 입장 없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검찰 개혁 등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문 의장과 호흡을 맞췄던 데다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도 매우 유의하고 있다. 우리 당이 일반 상식과 다른 결정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 상임부위원장의 불출마 결정을 유도할 방침도 시사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다들 말을 아끼고 있지만, 김 최고위원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사정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남 창녕 출신인 홍 전 대표는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중진인 홍 전 대표가 험지에 출마해 달라는 당의 요구를 단칼에 무시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이 거론되는데 한국당으로선 험지중의 험지로 꼽힌다. 한국당은 이 지역에서 한 번도 당선되지 못했다.
홍 전 대표는 험지 출마 압박에 대놓고 반발하고 있다. 경남지사를 발판으로 대권에 도전한 바 있는 홍 전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총선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다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그는 전날 함안군청에서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대부분 자기 고향에서 나오는데 왜 유독 저만 출마를 못 하게 하나”라며 항의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국당은 홍 전 대표뿐만이 아니라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에 험지 출마를 유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자객 공천’ 등 여러 가능성에 맞서 필승 전략을 구축하겠단 의지다.
최근 딸 부정채용 관련 뇌물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김성태 한국당 의원과 부동산 의혹에 휩싸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미투 논란’으로 은퇴했다가 다시 정계 복귀를 선언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도 각 당이 부담스워 하는 인물로 꼽힌다.
김성태 의원의 경우 법원이 뇌물 혐의에서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부정채용 사실은 인정한 만큼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부적격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공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인 김의겸 전 대변인에 대해서는 ‘출마 적격 여부’에 대해 당이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 전 대변인은 전북 군산에 출마할 예정인데, 군산은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의 입지가 탄탄한 만큼 굵직한 인사가 나서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가 많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뉴스1과 만나 “김 의원 문제는 결국 경선에서 판가름나지 않을까 싶다”며 “현재는 당 입장에서 정무적인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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