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험 해소때까지 문닫자” 제안… 남측인력 58명 30일 전원 귀환
당국 “별도전화선 개설 연락 유지”… 개별관광 등 대북구상 차질 불가피
남북 간 상시적 연락채널인 개성 공동연락사무소가 30일 잠정 폐쇄됐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을 우려해 북-중 접경지역 봉쇄에 이어 남북 육로를 끊은 것. 북한 개별 관광 등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추진하려던 각종 대북 구상도 우한 폐렴의 본격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통일부는 이날 “남북은 개성 연락사무소 연락대표 협의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지 체류 중인 한국 인원 58명(당국자 17명, 지원인력 41명)은 이날 오후 7시경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전원 귀환했다. 개성 연락사무소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2018년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그해 9월 14일 문을 열었다. 지난해 3월 북한이 나흘간 ‘나 홀로 철수와 복귀’를 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남북 인력이 모두 철수하는 것은 처음이다.
사무소 잠정 폐쇄는 북한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연락대표 협의에서 이런 입장을 전달받고 검토한 뒤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당국자는 “치료제나 확진 기술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외부 세계와의 철저한 격리만이 사실상 유일한 감염병 대책”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 1면 보도를 통해 “위생방역체계를 국가 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21일 중국의 우한 폐렴 발병 사실을 처음 보도한 뒤 외국인 관광객 유입 전면 중단, 북-중 무역 봉쇄 등에 나서기도 했다. 이어 비상방역체계 전환을 공식화한 날 한국에 연락사무소 폐쇄를 제안한 것이다.
연락사무소가 폐쇄되면서 남북 간 협의는 유선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서울∼평양 간 별도의 전화선과 팩스선을 개설해 연락사무소 연락 업무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했다. 평양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사무실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통일부 사무실이나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연결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면돌파전을 선언하며 건설, 관광 등에 집중했지만 앞으로 2, 3개월 동안은 자원과 인력을 다른 쪽에서 끌어와 감염병 확산 방지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연락사무소 폐쇄를 제안하면서 남북 간 관련 실무 논의도 진행됐다. 북한은 신속한 철수를 요청했지만 남한은 연락사무소 내 보일러를 비롯한 시설, 개성공단 정·배수장 등 운영과 관련해 북한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잠정 폐쇄인 만큼 겨울철 동파를 방지하고, 향후 재가동을 위해 일정 시설 유지가 필요하지만 우리 자산을 북한 인원이 가동하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연락사무소 개소 이후 개성공단 내 정수장이 재가동되면서 개성 사무소 및 관련 시설에 하루 수돗물 1000∼2000t이, 개성에 있는 북한 주민에게 1만5000t가량이 공급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시설들의 관리를 북한에 맡긴 채 한국 인원들은 모두 철수했다. 한 당국자는 “그동안에도 일부 시설은 남북이 공동 관리를 해왔고, 유지 관리가 중단되면 향후 복구에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북한에 관리를 맡기는 쪽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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