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정치1번지인 춘천에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김진태 의원의 빅매치가 성사될 수 있을까. 최근 사면복권된 이 전 지사는 노무현 정부 때 국정상황실장을 지냈고 이후 국회의원과 지사까지 지내 강원도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춘천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 의원은 태극기 부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부상해 지역에서 지지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 전 지사의 4·15총선 출마설이 나도는 가운데 31일 김 의원이 이 전 지사를 향해 도발에 가까운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김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광재, 고민하지 말고 춘천에 출마하기 바란다. 당에서 출마를 요청하는데 계속 빼는 건 도리가 아니다. 나와 동갑이지만 정치 선배이니 한수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83학번 동기로 이 전 지사는 연세대, 김 의원은 서울대를 졸업했다. 또한 이 전 지사는 학생 운동권 출신이고, 김 의원은 공안 검사 출신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이 전 지사는 30일 민주당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고 중앙당으로부터 총선 출마를 제의받았다. 이 전 지사는 출마에 대해서 “시간을 갖고 고민해보겠다”는 반응이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출마를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이 전 지사가 강원도로 출마한다면 고향 평창이 포함된 횡성-태백-영월-평창-정선과 중고교를 다닌 원주가 후보지로 꼽힌다. 그러나 춘천 출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에서는 태극기부대를 대표하는 김 의원을 저격하기 위해 중량감 있는 후보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춘천 출신인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출마설이 흘러나왔지만 본인이 고사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전 지사가 연고가 없는 춘천으로 나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반응이다. 험지인 춘천으로 출마했다가 패배한다면 정치 인생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 지사가 “이번 선거에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락에 연연하지 않고 모험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허영 도당위원장과 육동한 전 강원연구원장이 일찍마치 출사표를 던졌다. 허 위원장은 4년 전 김 의원과의 대결에서 4.4%p 차이로 패배했다. 이번에도 두 후보의 재대결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춘천의 분구 가능성과 이 전 지사의 출마설로 인해 춘천의 선거판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이 전 지사 측은 별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전 지사의 한 측근은 “김 의원이 스스로 자신을 띄우기 위해 도발에 가까운 말을 한 것 아니겠나. 현재로서는 출마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디로 출마할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