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2주 이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4일 오전 0시부터 전면 금지하는 가운데 입국 금지 범위 확대와 여행 경보 추가 상향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로 인해 복원이 이뤄지고 있는 한중 관계가 정상궤도를 다시 이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전일 발표한 입국 금지 조치를 언급하면서 “추가적인 지역을 확대한다든지에 대한 여부는 질병의 진행 양상을 보면서 검토될 일”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중국의 여행경보를 지역에 따라 현재 2단계(여행자제)에서 3단계(철수권고)로 조정하는 방안과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을 금지하는 방한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우한시를 포함한 후베이성에는 3단계가 발령돼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일(2일) 정부 브리핑에서 정부의 규제 조치로 “양국 간 인적 교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중국과는) 굉장히 소통이 잘 되고 있고, 외교 마찰이 있다 하는 것은 좀 어폐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하는 기준에 맞춰 무척 신중하게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과) 전체적으로 비교해본다면 한국은 중국이 그렇게 섭섭해할 정도의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조치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고려한 것이어서 외교 마찰을 촉발하는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오후부터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잠정 금지한다고 밝혔고, 호주와 뉴질랜드, 싱가포르, 과테말라 등도 중국 방문 외국인들에게 빗장을 걸어 잠갔다.
다만 이번 사태로 한중 외교 일정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김한권 교수는 “한중관계가 진일보한 개선을 만들기 위해서 상반기 기간 동안 많은 이벤트와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로 급속도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는 2017년 10월 한중 관계 개선 합의와 같은 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이후 점차 회복 기조를 보여왔다.
정부 관계 개선뿐 아니라 민간 교류도 사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뚜렷하게 보였다. 중국 관광객 수는 2017년 417만으로 전년 대비 48% 급감했지만 지난해엔 약 959만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상궤도로 돌아오고 있는 양국 관계는 올 상반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완전하게 복원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이와 맞물려 사드 보복 조치인 한한령(限韓令, 한류 규제)이 해제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한중 정부는 올 상반기 시 주석 방한에 합의했지만 우리 정부의 3월 방한 제한에 중국 측이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측이 2분기를 염두에 뒀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사태가 수개월 장기화되면 방한 시기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강경화 장관은 전일 “양국 간 기계획된 외교 일정은 차질 없이 추진한다, 하는 그러한 합의가 있고 또 앞으로 만들어나갈 중요한 외교 일정에 있어서도 양국 간 있는 협의채널을 통해서 계속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