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국내 확산세가 거세지만 여야는 국회 차원의 기본적인 대응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5년 전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에 이어 정치권마저 우왕좌왕하다 피해를 키웠던 일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열었지만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한 초당적 특위 구성 등은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도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수석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메르스 때 여야가 합의해 국회 특위를 구성했던 것을 고려해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며 “자유한국당 쪽에선 민주당 검역법안에 한국당 원유철 의원 법안을 묶어서 처리하자는 주장만 계속했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 김한표 수석은 “(국회 특위는) 민주당 측에서 지나가는 말로 던졌을 뿐 구체적으로 제안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때도 국회는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8일 만에야 사태 종결을 위한 초당적 협력문을 내놨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양당의 메르스 관련 특별위원장은 국회 차원의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정부에 관련 정보 공개·공유를 요구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메르스 공포가 전국으로 급속 확산된 뒤여서 정치권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도 3일로 국내에서 확진자가 나온 지 15일째지만 여야는 여전히 말로만 ‘초당적 대응’을 얘기할 뿐 서로를 탓하고 있다. 민주당은 신종 코로나 총력 대응을 강조하면서 야당에 2월 임시국회를 즉시 열자고 압박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2월 임시국회가 국민을 안심시키는 국회가 되도록 원내대표단은 준비와 협조에 임해 달라”며 “당장 신종 코로나에 대한 국회 차원 대응과 함께 신종 감염병 대응력을 높이는 검역법과 축산법, 미세먼지특별법 등 국민 안전에 역점을 두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한국당은 선거구 획정안까지 함께 논의할 임시국회를 2월 중순에 열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메르스 때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던 점을 거론하며 정부 여당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중국인들이 국내 마스크를 싹쓸이해 해외에 반출하고 있는데, 우리 마스크는 우리 국민들이 충분히 써야 한다. 외국인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반출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여야는 2월 중 임시국회를 30일간 열고 회기 동안 3당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 및 ‘검역법 개정안’ 등 시급한 현안 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하자는 데 합의했다. 다만 한국당이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과 연말 ‘예산 날치기’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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