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위원 다수 “종로 아닌 지역으로”
이석연 등 “죽기 각오하고 출마” 반대, 황교안 주변에선 용산 등 수도권 거론
일각 “종로 아니면 차라리 불출마”
한국당 총선전략 총체적 차질 우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의 총선 후보 공모 마감일이자 총선 D-70인 5일에도 자신의 총선 출마 지역을 결정하지 못했다. 황 대표의 고민이 길어지면서 한국당의 총선 전략이 총체적으로 꼬이고 있다는 우려가 보수 진영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황 대표를 두고 “햄릿형 리더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공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황 대표 출마 지역에 대한 토론을 마무리했다”면서 “제가 조금 더 심사숙고하고 공관위원들과 일대일로 의견 교류를 하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가급적 7일 공관위 회의에서 황 대표 출마 지역을 결론 낼 방침이다.
황 대표는 이날 공관위 회의 전 서울 종로 출마 압박과 관련해 “제 총선 행보는 제 판단과 스케줄대로 해야 한다. 이리 와라 그러면 이리 가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공관위 회의에서 다수의 공관위원은 황 대표가 종로가 아닌 서울의 다른 지역에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 지지율이 많게는 두 배 이상 더 나오는 종로에 황 대표가 뒤늦게 떠밀리듯 나서면 ‘종로 빅매치 프레임’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종로에서 지면 한국당 유력 대선 주자로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공관위원은 종로 출마를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마치 ‘황교안 일병 구하기’ 회의 같았다”며 “홍준표 전 대표 등의 험지 출마나 대구경북(TK) 지역의 현역 교체 명분을 위해서라도 황 대표가 죽기를 각오하고 종로에 출마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공관위원은 “황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어떤 험지로든 가겠다’고 해놓고 오늘은 ‘제 총선 행보는 제 판단과 제 스케줄대로 해야 한다’며 말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황 대표 주변 인사들은 종로 외 수도권 출마 쪽으로 기울고 있는 기류다. 종로보단 수월한 지역을 택하면 전국 선거를 지휘하기 편하다는 논리도 작용하고 있다. 벌써부터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홍정욱 전 의원, 전희경 의원 등이 종로 대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당에서는 서울 용산, 마포, 구로, 양천과 경기 용인 등을 여론조사해 보니 용산에서 황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용산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권영세 전 주중 대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용산은 서울 승리의 교두보다. 반드시 이길 후보가 필요하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종로 대신 다른 지역에 나설 경우 이낙연 전 총리와의 정면승부를 피했다는 이른바 ‘겁쟁이 프레임’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만큼 ‘장고 끝의 악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총선에서 차라리 불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황 대표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가 아닌 다른 출마자가 거론된다’는 질문을 받고 “제 할 일도 바쁘기 때문에 거기까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관위는 △부동산 투기로 재산 불법 증식 △탈세 △‘윤창호법’이 시행된 2018년 12월 이후 음주운전 적발 △고의적 원정출산과 병역기피 목적의 국적 포기 등 자녀 국적 비리를 저지른 이들의 공천을 원천 배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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