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리 국민들도 (중국을) 출입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하면 상호주의가 작동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높아지면서 중국인 입국 차단 확대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가 추가 입국 금지 조치에 선을 그은 것. 미래통합당 등 야당이 이런 정부의 방침에 대해 공세를 높이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뒤늦게라도 빗장을 잠가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현 상황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중국인 입국 금지, 왜 주저했나
코로나19의 최초 발생지인 중국 체류·경유 외국인의 한국 입국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할 때부터 이어졌다. 당초 중국인 입국 금지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던 정부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자 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을 방문했던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는 부분적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당시 대한감염학회 등 의료 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최소한 모든 중국 입국자의 2주간 자가 격리를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계속해서 입국 금지 확대에 거리를 두는 표면적인 이유는 정부의 부분적 입국 조치와 중국 정부의 강력한 폐쇄 조치, 중국인 입국자 감소 등으로 중국 입국자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은 중국인 입국자보다는 신천지 교인으로 인해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은 중국과 가장 인접해 있고 인적 교류, 무역관계, 경제관계가 가장 많은 나라”라며 “수출의 25%를 중국에 하고, 수입의 2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것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그런 점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외교·경제적 고려 때문에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입국 금지 확대를 주저했다는 것.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인 데다 한중 공조를 통해 비핵화 대화 및 남북 협력의 문을 열어보겠다는 구상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올해 상반기 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키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코로나19 이후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배경이다. ○ “아직 효과 있어” vs “지금이라도 방역 강화를”
야당은 중국인 입국 금지 확대를 촉구하며 정부의 ‘실기(失期)론’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는 이유를 국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즉각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라”고 주장했다.
이미 지역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단계에서 추가 입국 금지 조치가 필요한지를 두고는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천장이 뚫려 계속 비가 오는 가운데 걸레질을 하고 있는 격”이라며 입국 금지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에 와서 입국 제한을 걸어봐야 실효성도 없다”며 “대구경북 외의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 교수도 “오히려 지금은 한국이 감염국이 된 상황”이라며 “후베이성은 어차피 봉쇄가 됐고, (입국 금지를) 확대해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입국 금지 확대가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할 경우 다른 국가에서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할 명분을 마련해 주는 측면도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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