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에 칼 겨눈 北김정은…리만건·박태덕 이례적 공개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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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29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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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강도높은 조치를 주문한데 이어 당 핵심 간부까지 해임하는 등 기강 잡기에 나섰다.

정치국 회의에서 고위 간부의 해임 사안을 다루고 이를 공개까지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할 수 있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처벌을 밝힌 것은 이모부였던 장성택이 처음이다. 대북제재가 장기화되고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리더십이 흔들리자 이를 바로세우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리만건, 박태덕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들을 현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이들의 해임 이유는 당 간부양성기지에서 발생한 부정부패다. 비당적행위와 특세, 특권, 관료주의, 부정부패행위들이 집중 비판되고 그 엄중성과 후과까지 신랄히 분석됐다는게 신문의 설명이다.

더욱이 이들에 대한 처벌 결정까지 채택됐다고 밝혀, 언급된 부정부패 사안이 가볍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리만건 부위원장은 당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실세 중 한명으로 분류돼 왔다. 박태덕 부위원장도 당 농업부장으로 국가의 식량부문을 책임져 왔다. 두 사람 모두 결코 낮은 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정부패가 어떤 내용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정치 사업과 먹고 사는 문제에서 부패가 발생한 만큼, 김 위원장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만건은 정치사업, 박태덕은 농업부문 최고 실세들로 이들이 해임됐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조치로 봐야한다”며 “리만건이 최근 당 부위원장으로 올라간 점을 되돌아 봤을 때 이번 부정부패는 매우 오래된 문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정부패와 관련해 핵심 간부를 해임시킴으로서 또다른 간부들에게 본보기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상적 이완 현상을 다잡고 어려운 현 정세를 돌파하기 위해 리더십을 바로세우고 이른바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당내 최고 실세를 해임했다는 점에서 보통 일은 아니라고 봐야한다”며 “김 위원장이 내부 균열 조짐에 통치상 타격을 줘야되는 시점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판단에는 자력으로 제재를 돌파하겠다며 호기롭게 나섰지만 현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면서 경제난에 시달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인 관광부문도 꽉 막혀있는 상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경을 폐쇄하면서 경제발전에 치명타를 맞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확진자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북한의 의료와 방역시스템을 고려하면, 의심자 격리나 소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층인 당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하다면 민심이 바닥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칼을 빼들어 기강을 다 잡고 일반 주민들을 상대로는 내부 결속을 독려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노동신문의 흐름을 살펴보면 사상적 이완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보였다”며 “정치국 회의까지 열어 당 간부를 해임했다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주민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려는 차원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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