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마스크 대란’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마스크 공급 증대 방안과 함께 ‘수요 감소’를 위한 정책에도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는 현재의 마스크 생산량으로는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수요 충족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불필요한 수요를 줄여 마스크 공급과 수요의 균형점을 찾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스크 제조를 위한 핵심소재인 멜트블론(MB) 필터 부족 문제 등으로 당장 공급을 큰 폭으로 늘릴 수 없는 탓에 수요를 크게 감소시키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4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겸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마스크 대란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들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빠른 시일내 해결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Δ생산물량의 조속한 확대 Δ최대한 합리적이고 공평한 보급방안 강구와 함께 “수요만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실을 그대로 알리고, 효율적인 마스크 사용 방법 등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노력도 병행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장 마스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국민들에게 효율적인 마스크 사용 방법 등을 알려 그만큼의 수요를 줄이는 노력을 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와 관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하루에 1000만장을 생산해도 우리 인구가 5000만, 경제활동 인구만 해도 2800만으로, 결국 마스크를 하루에 1장씩 쓰는 상황이라면 결국은 모든 국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정부는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수요도 조금 줄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기조는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마스크 1개로 3일 쓰는데 지장없다”고 발언해 반발 여론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지금 상황으로선 현실적으로 마스크 재사용 등을 통한 수요 감소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도 마스크 수요를 줄이기 위한 정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식약처는 3일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현재의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마스크의 재사용에 대한 내용이 담긴 마스크 사용법을 개정했다.
개정 내용에 따르면, 오염 우려가 적은 곳에서 마스크를 일시적으로 사용한 경우, 동일인에 한해 마스크 재사용이 가능하다. 건강한 성인일 경우, 보건용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다면 면 마스크(정전기필터 교체 포함)를 사용해도 된다. 식약처는 다만 환기가 잘되는 깨끗한 곳에 보관한 후 재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간 식약처는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KF94, KF80처럼 식약처가 인증한 차단 수준의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고 재활용을 금지했었다.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수요가 몰리는 KF94나 KF80 마스크에 대한 수요도 일정부분 분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마스크의 공평한 배분을 위해 추진 중인 ‘약국의 의약품 안전정보 사용시스템(DUR)을 통한 판매’도 마스크 수요를 감소시키는 데에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DUR 관련해서 약국이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곳이고, 가수요를 억제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며 “가수요는 마스크가 품귀하다 보니 1인이 복수나 원래 지정된 한도를 넘어서는 것을 구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