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첫 담화로 정치적 위상 과시…대남 총괄역 가능성도?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4일 07시 50분


‘백두혈통’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3일 대남 담화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리인’ 격에 해당하는 행보를 보였다. 한층 더 높아진 정치적 위상을 과시한 것이라는 평가가 4일 제기된다.

김 제1부부장은 전날 밤 10시 30분께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라는 제목으로 최근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향해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청와대가 북한이 최근 동해안에서 진행한 군사 훈련 목적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것에 대해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라며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느냐”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러한 비논리적인 주장과 언동은 개별적인 누구를 떠나 남측 전체에 대한 우리의 불신과 증오, 경멸만을 더 증폭시킬 뿐”이라며 “우리는 군사훈련을 해야 하고 너희는 하면 안 된다는 논리에 귀착된 청와대의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에 ‘강한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라고 주장했다.

김 제1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지난 1월 11일 청와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힌 것을 문제 삼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 이후 올해 두 번째로 나온 대남 담화다.

발사체 발사 행위를 ‘자위적 행동’이라고 주장하며 정당화하는 내용은 북한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사실상 새로울 것이 없으나, ‘백두혈통’인 김 제1부부장 명의로 나온 첫 담화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김 제1부부장이 그간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적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 자신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표명할 수 있을 정도로 위상과 영향력이 확대되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의 ‘그림자’ 측근에서 사실상 ‘대리인’의 역할을 하는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담화가 외교, 대남 메시지의 관례적 형식을 벗어나 ‘자신의 언어’를 구사한 흔적이 역력했다는 점도 김 제1부부장 개인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러한 김 제1부부장의 행보는 그가 연말 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당내 서열 1위 부서인 조직지도부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최근 리만건 조직지도부 부장이 전격 해임된 것과도 맞물려 더욱 시선이 쏠린다.

김 제1부부장이 북한 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부서 중 하나인 조직지도부를 장악, 명실공히 최고 실세로 부상했음을 방증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지도부는 당 간부들의 인사와 감시·통제를 담당하는 최고 권력기관으로 흔히 수령의 유일영도체계를 수립 및 관리하는 부서로 평가된다.

이러한 김 제1부부장의 위상 강화는 지난 1월 26일 설 명절 기념공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남편 장성택 처형 후 6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과도 맞물려 해석되기도 한다.

‘백두혈통’으로서 김정일 위원장 집권기 핵심 실세 역할을 했던 김경희의 재등장이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 및 역할 확대를 위한 명분을 제공하는 목적에서 이뤄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김경희의 등장에 대해 “북한의 간부와 주민들이 김여정 제1부부장의 높은 위상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도록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며 “김 제1부부장이 김정일 시대 김경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면 당 부장 및 정치국원 명단에 등장할 시기도 머지않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 제1부부장이 한층 높아진 위상을 토대로 향후 대남관계를 총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 경우 이번 담화가 그 출발일 수 있으며 계속 목소리를 더 확대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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