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최고위서도 “명분없다” 반대 거세자… 절차적 정당성 확보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9일 03시 00분


민주당 “비례연합, 당원투표로 결정”

열린민주당 창당대회 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의 중앙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행사 중간에 정봉주 전 의원(오른쪽)이 손혜원 무소속 의원(왼쪽)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가운데는 이근식 당 대표. 뉴스1
열린민주당 창당대회 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의 중앙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행사 중간에 정봉주 전 의원(오른쪽)이 손혜원 무소속 의원(왼쪽)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가운데는 이근식 당 대표.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8일 진보진영의 비례대표 전담 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전 당원 모바일 투표로 결정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쉽사리 결론짓기엔 정치적 부담이 컸다는 얘기다. 당헌당규에 관련 규정이 없는 만큼 당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결정을 최고위원회의나 중앙위원회에서 내릴 수 없으니 당원 79만 명의 의견을 수렴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뒤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사안이 무겁고 중요해 의견이 통일돼 있지 않다”며 “이견이 일정 정도 있는 게 사실이고 그런 것들을 조정하는 시간도 필요해 (전 당원 투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투·개표와 최종 결정도 이번 주 안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는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놓고 “명분이 없다”는 주장과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 엇갈렸다고 한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훼손하려는 통합당에 대응해야 한다.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설훈 김해영 최고위원 등 반대론자들은 위성정당에 대한 ‘말 바꾸기’ 논란과 중도층 이탈에 따른 수도권에서의 역풍 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망하게 지역구에서 고개를 들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물론 최고위 참석자들은 “미래통합당의 의석 점유를 어떻게든 막아야 되는 상황”이라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미래통합당은 칼 들고 행패를 부리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건지, 방어대책을 세워 싸울 건지가 쟁점”이라며 “우리도 같이 칼을 들고 싸우는 깡패가 되자는 건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시간 반가량 관련 토론이 이어진 뒤 이해찬 대표는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전 당원 투표는 ‘당원에게 물어보자’는 취지로 지난번 최고위에서 이미 건의된 내용”이라고 전했다.

논의 과정에서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등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를 국민여론조사와 전 당원 투표로 결정했던 사례도 거론됐다. 당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내걸었지만 ‘공천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공약을 철회했다.

일단 당 안팎에선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더라도 결국 연합정당 참여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보고서를 통해 “진보진영이 위성정당 없이 선거를 치르면 미래한국당이 최소 25석의 비례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지도부에 보고하면서 연합정당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이 공개된 만큼 친문 성향이 강한 당원들이 지도부의 의견에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비난의 화살을 당원에게 전가시켜 보려는 비겁한 꼼수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이렇게 미루고 저렇게 미룰 바에야 당당하게 (연합정당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낫겠다”고 비판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연구원 보고서에서) 미래한국당을 위장회사의 우회상장 편법이라고 해놓고서는 적반하장 논리를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봉주 전 의원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은 이날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대표로 선출했다. 민주당은 일단 시민사회 진영이 주축이 돼 추진하는 ‘정치개혁연합’에 참여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며 열린민주당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연합정당 논의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열린민주당도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강성휘·김준일 기자
#더불어민주당#연합정당#비례대표#열린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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