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부칠때 쓰던 우표, 北에서는 어떻게 쓰이나? [송홍근 기자의 언박싱평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9일 14시 00분


종이 우표에 침을 발라 편지봉투에 붙이던 시절을 기억하시는지요. 이제 한국에서는 우표를 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 우체통도 하나 둘 철거되고 있고요. 북한에서는 아직도 우표가 널리 사용될까요? 탈북민 김혜성(31) 씨는 “요즘 누가 편지 써요? ‘타치폰(터치형 스마트폰)’으로 문자 보내지”라면서 웃습니다. 비록 3G 통신망 서비스이지만 북한 휴대전화 보급 대수는 600만 대 가량으로 늘어나는 등 새로운 통신 수단이 발달하면서 북한에서도 우표는 추억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 우표는 1968년 김일성 유일사상체계가 확립되면서 인민들에게 김 씨 일가를 찬양하고 노동당 정책을 홍보하는 선전·선동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올해 2월 16일 발행된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기념우표 2종에는 백두산과 정일봉의 모습이 각각 담겼습니다. 2020년 새해맞이 우표의 도안에는 자력갱생(自力更生)이란 문구가 적혔습니다. 근로자들이 ‘자력갱생 깃발’을 들고 ‘만리마’에 올라 탄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요.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은 유엔 제재로 북한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는 방증입니다.

우표로 대외적 의사표시를 하기도 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직후 기념우표를 내놓았는데 문재인 대통령 얼굴만 우표에서 쏙 빼놓았습니다. ‘삶은 소대가리’ 운운하며 문 대통령을 비난한 것에서 미뤄볼 수 있듯 당분간 한국으로부터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북한은 ‘반미(反美) 우표’를 해마다 발행해왔는데 비핵화협상 줄다리기가 한창이던 지난해에는 ‘미제국주의를 규탄하는’ 우표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올해 북한이 반미 우표를 발행할지 자못 궁금합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소포라는 낱말보다 택배라는 표현이 더 널리 쓰입니다. 북한에서는 우체국을 체신소라고 합니다. 북한 노동당 간부 출신 탈북 인사의 부인인 L씨는 북한도 체신소에서 소포를 보내는 게 아니라 ‘써비차’로 택배를 보낸다고 말합니다.

“체신소에서 소포를 보내면 보름가량 소요되지만 써비차를 이용하면 신의주에서 평양까지 2, 3일이면 배송이 완료됩니다. 신의주-평양 간 택배 요금은 북한 돈 10만 원(한국 돈 1만4000원), 신의주-함흥은 15만 원(한국 돈 2만1000원)이에요.”

써비차는 서비스(service)에 차(車)를 덧댄 표현입니다. 배송 차량은 서비차 외에도 ‘꼰떼나(컨테이너의 일본식 발음)’가 있습니다. 해산물을 운송하는 냉동써비차도 운행합니다. 한국에서 ‘까대기’로 일컬어지는 택배 상하차 일을 하는 삯벌이꾼도 등장했습니다. 배송 기사는 짐쏘기꾼이라고 칭합니다.

‘북한의 우편과 택배’를 다룬 언박싱평양 13화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유튜브에서 ‘언박싱평양’을 검색하면 1화~12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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