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초부터 대남 냉온탕 전략을 퍼붓고 있는 양상이다. 도발→김여정의 비난 담화→김정은 친서에 이어 다시 도발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양면 작전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군은 9일 북한이 함경남도 선덕에서 쏜 발사체 3발이 앞서 2일 강원 원산에서 발사한 초대형방사포(KN-25)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선덕은 지난해 8월 24일 초대형방사포를 첫 시험발사한 곳이다. 지난해 김 위원장은 수차례 KN-25 발사현장을 찾아 연사능력 향상을 독려해왔다.
이날 도발로 신종타격무기의 연사능력이 사실상 수 초 내로 안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당국자는 “첫 발과 두 번째 발은 20초 간격으로, 두 번째와 세 번째 발은 1분 이상 간격을 두고 쏜 걸로 파악됐다”며 “다른 방사포 계열의 일부 무기 체계도 같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 한다”고 했다. 이는 2일 초대형방사포 2발의 연사간격(20초)과도 유사하다. 그동안 북한은 KN-25의 발사 간격을 19분(지난해 9월 10일)→ 3분(지난해 10월 31일)→ 30초(지난해 11월 28일)로 줄여왔다.
또 그동안 실패했던 초대형방사포의 ‘3발 연속발사’도 이번엔 김 위원장의 지휘 하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발사 간격(1분 이상)이 다소 지연된 것도 실패 가능성을 우려해 정확도 향상에 집중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10일 평남 개천에서 김 위원장이 참관했던 초대형방사포의 ‘3연발’ 시험은 실패로 끝난 바 있다. 군은 2발을 포착했으나, 북한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엔 발사관 4개 중 3개의 전면부 캡이 사라져있어 1발은 불발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쏜 발사체가 4발이라는 미 당국자의 발언에 대해서 군은 “탄도탄 탐지레이더, 이지스함 등 우리 군 탐지자산을 통해 포착한 것은 3발”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다른 이동식발사대(TEL)에서 쏜 방사포가 추가됐거나 발사된 4발 가운데 1발이 불발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금까지 북한이 공개한 초대형방사포는 TEL에 탑재된 4개의 발사관으로 구성돼 있다.
군 안팎에선 이번 도발이 초대형방사포(다연장로켓)와 탄도미사일의 장점들을 결합한 신종 대남타격무기 전력화의 최종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사시 청와대, 평택미군기지, 계룡대 등 대남 핵심표적을 동시에 대량 파괴할 수 있는 ‘다연장탄도미사일(MLBM)’의 배치가 곧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직경이 600㎜가 넘는 KN-25는 재래식 탄두의 파괴력도 상당한 수준이며 소형 전술핵을 장착할 경우 복수 표적에 대한 핵 기습타격도 가능해진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한미 요격망 돌파능력을 완비하면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못지않은 대미 억제력을 발휘할 걸로 보고, 해당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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