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초대형 방사포 갈수록 향상…요격·원점타격 어려워져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10일 15시 16분


장영근 "이동식 발사대 진동 안정화 시간 걸려"
류성엽 "연사 능력이 올라갈수록 다양한 공격"
이춘근 "정찰능력 부족한 북, 방사포 용도 다양"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의 발사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북한은 발사 간격을 단축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등 실전 배치를 위한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대남 위협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10일 합동참모본부와 군사 전문가 등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은 9일 오전 7시36분께 북한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북동쪽 동해상으로 600㎜급 초대형 방사포를 비롯해 240㎜와 300㎜급 재래식 방사포 등을 발사했다.

여러 방사포 중 초대형 방사포가 최대 관심사다. 특히 발사 간격이 주목할 만하다. 이번 초대형 방사포 사격의 경우 첫발과 2번째 발사의 간격은 20초였고, 2번째와 3번째 발사의 간격은 1분 이상으로 탐지됐다.

이를 두고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가 아직 이동식 발사대에 장착된 발사관 4개 모두를 활용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이날 뉴시스에 “2번째와 3번째 간격이 1분이라는 의미는 물리적으로 20초 이내 발사 간격 유지가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며 “2번째 포를 사격하고 3번째 포를 쏘려고 했는데 기존의 포 발사로 인해 이동식 발사대나 발사관의 진동이 안정화되는 데 시간이 걸려 1분을 기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발을 발사하면 발사대가 흔들린다. 다시 자세를 조정하고 조준해서 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속 발사 여부 못지않게 첫 발, 두 발, 세 발 사이에 정확하게 자세를 조정해서 탄착군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발사대 1대가 동원됐다고 가정하면 3회차 사격은 1·2회차 사격 후에 차체 진동이 더 커져서 지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차체 진동이 누적돼 3회차 발사 때는 진동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줄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연사 능력을 부풀리기 위해 눈속임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류성엽 위원은 “북한이 우리의 방어체계 준비에 혼선을 주려 했을 수 있다”며 “만약 동원한 이동식 발사대 수가 2대라면 1회차는 1번 발사대에서 쏘고, 20초 뒤 2회차는 2번 발사대에서 쏘고, 3회차는 다시 1번 발사대에서 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가 1개 발사대에 있는 발사관 4개를 짧은 시간에 일제히 가동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대남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초대형 방사포의 발사 간격이 단축된다는 것은 더 적은 수의 발사대로도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발사대를 여러 곳에 분산시키면 연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류성엽 위원은 “연사 능력이 올라갈수록 운용하는 최소 단위 제대의 규모가 달라진다”며 “전술적으로 더 다양한 공격 형태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번 이란이 미군 기지를 상대로 스커드 미사일을 쏠 때 보면 7~9발 정도가 50여초 이내에 사격됐다”며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의 연사 시간이 1분 이내로만 떨어지면 발사대를 4대 정도만 동원해도 이란과 같은 규모를 1분 안에 충족할 수 있다. 연사를 20초까지 줄인다면 2대로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초대형 방사포 발사대가 분산되면 우리 군이나 주한미군이 발사대를 파괴하는 데 어려움이 가중된다. 류성엽 위원은 “한 덩어리로 묶여있으면 한 묶음으로 같이 타격하면 되는데 제대를 쪼개 소규모로 빠르고 정확하게 치고 빠지면 감시하고 추적하는 입장에서는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활용해 다양한 궤적을 실험하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 2발 사격을 처음 선보인 지난해 8월 당시 비행거리는 최대 380여㎞, 정점 고도는 97㎞였다. 하지만 지난 2일 쏜 초대형 방사포 2발의 비행거리는 최대 240㎞, 정점 고도는 35㎞였으며 9일 쏜 3발의 비행거리는 최대 200㎞, 정점 고도는 50㎞다. 다양한 궤적을 통한 발사가 용이해지면 우리 군이나 주한미군은 격추 시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이춘근 위원은 “미사일이건 방사포건 어느 정도 거리 이상에서 날아오면 미사일 방어로 대응하는데, 복잡하게 날아오면 대응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의 정확도를 높이려하는 점 역시 우려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방사포라 부르는 다연장로켓은 원래 정확도보다는 여러 발 사격을 통해 인력이나 트럭, 창고 등을 타격해 해당 지역을 제압하는 용도의 무기다. 그런데 북한은 이 방사포를 정확도를 높이는 쪽으로 개량을 하고 있다.

이춘근 위원은 “북한은 방사포의 사거리를 늘리고 정확도를 높였다”며 “방사포로 미사일처럼 정확히 때리면 지하벙커나 진지 등을 공격할 수 있고, 그러지 않으면 일반 방사포처럼 고폭탄을 쓰거나 자탄을 퍼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방사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정찰을 위한 포탄을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춘근 위원은 “최근에는 포에 정찰탄을 탑재하는 경우가 있다. 정찰탄을 첫발로 공중에 살포해 그 지역을 관찰하면서 탄착군 형성을 유도한다”며 “인공위성 등 정찰수단이 없고 공중 전력이 열세인 북한으로선 방사포를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북한이 기류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방사포의 특성을 감안해 정확도 향상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춘근 위원은 “방사포는 미사일보다 저고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기상의 영향을 미사일보다 더 많이 받는다. 초기 발사 후 비행할 때 더 많이 흔들린다”며 “그럴 때 간이 컴퓨터 탑재체가 있으면 발사 초기에 교정을 해주고 발사 말기에는 목표물로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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