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공천재의 승부수…김형오 ‘사천’ 털고 김종인 ‘등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 2020.1.23/뉴스1 © News1

제21대 총선 전국 253개 지역구 중 150곳 이상의 공천이 확정된 미래통합당에서 ‘공천 갈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공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야할 마지막 길목에서 큰 걸림돌을 만났다.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유력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공천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선대위원장을 수락하지 않겠다’며 버티는 상황에서 당 최고위가 12일 여섯 곳에 대한 공천 재의를 공천관리위원회에 요구하면서다.

통합당 최고위는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서울 강남을(최홍)과 인천 연수을(민현주), 대구 달서갑(이두아), 부산 북·강서을(김원성), 진구갑(서병수), 경남 거제(서일준) 등 6곳의 공천심사 결과에 대해 공관위에 재의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통합당 공천심사가 중반전에 들어설 때만 해도 중진 불출마를 끌어내는 동시에 영입인재 등을 공천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김형오 공관위’의 혁신과 공정성에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남(TK)과 대구·경북(TK), 인천 등의 공천 결과가 발표되면서 이런 분위기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친 황교안계’ 인사들 상당수와 인지도가 있는 의원들이 컷오프되거나 공천에서 위태롭게 된 반면 김 위원장이 영입한 인사나 측근들이 대거 공천을 받았다.

김 위원장이 영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나 송한섭 전 검사, 윤희숙 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수희 변호사 등 4명은 서울 지역 공천을 받았다.

여기에 측근으로 알려진 최홍 전 멕쿼리투자자산운용 사장이 서울 강남을 공천을 받았고, 황보승희 전 부산시의원은 정식 공모 때 공천을 신청하지 않다가 추가 공모 때 부산 중영도에 신청해 경선을 치르게 됐다. 부산 중영도는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로 경선이 확정되기 전에는 이언주 의원의 공천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곳이다.

친황계 인사들의 상황은 정반대다. 원영섭 통합당 조직부총장은 부산 진갑에 신청했다가 탈락했고, 이태용·조청래 여의도연구원 부원장들은 경선을 치러야 한다. 황 대표가 영입한 김은희 전 테니스 코치는 지역구 공천에 떨어진 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지만 당선권 순번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 내부에서도 공관위의 결정을 일부 뒤집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고, 이는 공관위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당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김종인 전 대표가 공천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위원장직을 수락하지 않겠다고 완강히 버티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당 잡음(공천 문제)이 해소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안 할 것”이라며 “나는 (공천 문제) 결과만 보면 된다. 결과만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선대위 출범을 그대로 진행시키려면 조속히 공천 잡음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관위가 이런 상황에서 요지부동이자 황교안 대표가 직접 나서 재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장 황 대표와 김 위원장의 공천 갈등으로 불거질 것이란 예상이다.

김 위원장이 공천이 모두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날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도 황 대표의 이날 재의 요구가 있을 것이란 예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 입장을 명확히 밝히며 공천 갈등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12척의 배로 승리해야 하는 이순신 장군의 심정으로 공천에 임했다”며 “공관위 회의를 역대 어느 회의보다 가장 민주적으로 운영했다”고 강조했다.

일단 공관위는 당헌당규에 따라 재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은 “모든 것은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당헌 제6장 공직후보자추천기구의 제75조에 따르면 공관위의 후보자 추천은 최고위의 의결로 확정하며 최고위는 공직후보자 추천에 대한 재의의결권을 가진다. 하지만 같은 항목에는 최고위 재의 요구에도 불구 공관위가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공직후보자 추천안을 재의결한 경우 최고위는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적혀있다.

공관위가 재의를 요구한 지역구 공천을 변경할 경우 그 외 지역구 컷오프 의원과 신청자들의 반발이 예상돼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