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두고 통합당과 한국당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한국당 한선교 대표를 직접 접촉해 갈등을 봉합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공병호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버티기에 나서면서 공천 갈등 양상이 점차 꼬여가고 있다. 통합당 내에서는 최악의 경우 한 대표를 해임하거나 새 비례정당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당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탄생한 모(母)정당과 자매정당이 시너지는커녕 공천 갈등으로 분열상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선교는 “재의 요구”, 공병호는 버티기
황 대표는 17일 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공천 갈등의) 모든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며 “저와 지도부는 이번 일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전날 한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당 공천 명단에서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 등 통합당 영입 인재들을 당선권(1∼20번)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국당 지도부는 17일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황 대표의 제안을 일부 수용키로 했다. 한 대표는 “18일 최고위를 열어 공천 명단을 재의해 달라고 공관위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를 설득해 최고위 재의 요구를 이끌어낸다는 황 대표의 ‘1차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그러나 공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처음부터 (공관위는) 독립성을 100% 가진 조직이라고 말했고 나는 충실하게 일을 했다”며 “지금에 와서 경기 규칙을 바꾸겠다고 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하겠냐”고 말했다. 공 위원장은 21번으로 배치한 윤 전 관장에 대해서도 “공관위 회의에서 ‘왜 그렇게 옛날 인물을 내세우느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공 위원장은 이어 “(공천) 원칙을 훼손할 수는 없다”며 “(통합당이) 그렇게 절박했다면 사전에 얘기해야 (영입 인재들을) 염두에 둘 것인데,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야단법석을 떨면 어쩌라는 것이냐”고 했다. 한국당 최고위가 공천 명단 재의를 요구하더라도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고위의 재의 요구에도 공관위원 7명 중 5명 이상이 원래 공천 명단을 재의결하면 공천안은 최종 확정된다. 한 대표는 공천 명단이 재의결되지 않도록 각 공관위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은 공 위원장이 원안을 계속 고수하는 상황에 대비해 한국당의 당헌을 활용한 ‘플랜B’를 준비 중이다. ‘선거 일정 등의 상황을 고려하여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별도의 방법과 절차에 따라 공직 후보자를 선출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당헌을 근거로 공관위를 배제하고 최고위가 비례대표 명단을 작성해 당원투표에 부치는 방안이 거론된다.
○ 한국당 대표 해임-결별 시나리오까지 검토
한 대표가 공관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양당이 결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합당에선 한국당 최고위가 한 대표에 대한 해임안을 안건으로 올려 가결시킨 뒤 새 대표를 선출하고 공관위를 새로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큰일 날 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통합당 일각에선 한국당을 버리고 또 다른 비례대표 자매정당을 만들거나 통합당이 자체적으로 비례대표를 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비례후보를 내면 48억 원 상당의 선거비용도 확보할 수 있다. 황 대표도 이날 자체 비례후보를 내는 방안에 대해 “불가능하지 않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통합당 영입 인재들은 17일 “한국당이 자매정당 역할을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를 복당시켜서 통합당의 비례대표 절차를 만들어 달라”며 “저희가 한국당에 남는 게 총선 승리에 보탬이 된다면 한국당 지도부와 공관위가 재심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황 대표에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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