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당이 출범 3주 만인 18일 바른미래당계와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계로 갈려 극한 대치에 돌입했다. 4·15 총선의 변수가 된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놓고 입장이 엇갈렸고, 급기야 바른미래를 제외한 채 ‘참여’가 당론으로 의결됐다.
평화당계인 박주현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하고 대안신당·평화당계 지도부와 함께 전날 의원총회에서 결정된 ‘비례연합정당 참여’ 의견을 당론으로 의결했다.
박 공동대표는 “어제 의원총회에서 의결 요구한 사안을 긴급하게 처리하는것이 맞다고 생각해 긴급 최고위를 소집했다”며 “3인 최고위원, 3분의 1 이상 최고위원 소집 요구”라고 말했다.
대안신당계인 장정숙 신임 원내대표는 긴급 최고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결정은 (소속 의원) 25명 중 절반인 13명의 의원들이 의총에서 결정한 사항으로 당헌에 엄연히 명시돼 있다”며 “당헌 제37조 4항 의총 의결사항으로 심의 의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고위에 와서 조율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태도도 전혀 안돼 있을 뿐더러 당원을 무시하고 말로만 당원, 당원한다”며 “모든 것을 대표 권한으로 결정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면 당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대안신당·평화당계의 의결 강행은 앞서 열린 정례 최고위에서 바른미래당계인 김정화 공동대표가 당론 의결을 거부하면서 이어졌다.
김 공동대표는 당시 “당헌 53조 제3호는 의총에서 결정할 당론을 주요 정책과 주요 법안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는 당의 진로와 관련된 것으로 주요 정책도, 법안도 아니다”라며 추인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상식을 걷어차며 의석을 갈라먹기 위한 위성정당에만 혈안이 된 거대양당의 인식이 그저 경악스러울뿐”이라며 “비루한 정치가 당내에 판을 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친문패권 위성정당에 편입하려 애쓸 때가 아니라 혁신할 때”라며 “국민을 우습게 알며 당을 불법의 절벽으로 몰고가려는 분들께서는 이제 그만 결기있게 민생당을 나가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최고위는 한 차례 정회를 거쳐 속개됐고, 고성 끝에 박 공동대표가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도 했다. 박 공동대표는 최고위 직후 긴급 최고위를 재소집해, 바른미래당계를 제외하고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의결했다.
또 공관위 규정 가운데 ‘외부 인사 2인 추천’ 규정을 삭제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규정은 지난 15일 대안신당·평화당계 공동대표의 불참 속에 김 공동대표의 권한으로 바른미래당계 지도부가 중심이 돼 안건을 상정, 가결한 것이다.
긴급 최고위에서는 바른미래당계 인사들의 거센 항의로 회의장을 과거 평화당 사무실로 옮기는 소동도 벌어졌다. 바른미래당사무처노동조합과 민생당 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반대했고, “친문 연합정당 반대” 등 구호를 외쳤다.
이러한 지도부의 정면 충돌은 민생당이 바른미래당·대안신당·평화당 합당으로 지난달 24일 출범한 지 약 3주 만이다. 3당 인사들로 구성된 지도부는 그동안 공천관리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구성과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놓고 바른미래당계와 대안신당·평화당계로 나뉘어 대립해 왔다.
이와 관련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날 최고위에서 나왔다. 박 공동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선거연합에 관한 의원총회 의결 요구에 대한 결정을 끝으로 이 지도부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대위를 구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공동대표는 “직무유기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하며 탈당을 촉구했다. 그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민주당의 이중대가 되기 위해 이 당을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결기 있게 탈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긴급 최고위 의결 사항의 효력을 놓고 지도부 간 갈등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민생당은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만큼 ‘3당 대표 합의제’를 당헌에 명시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박 공동대표는 “오늘 분명히 11시에 긴급 최고위를 통보했고, 몇 시간 전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이에 나오지 않으셔서 최고위에 참석한 유일한 당대표로서 회의를 진행했으며, 과반 출석·과반 찬성으로 의결해 법적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공동대표가 최고위 주재 권한을 갖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당헌에 (최고위는) 당대표가 소집하게 돼 있다”며 “젊은 사람이 사회를 보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가운데 앉은 것일 뿐, 당헌 효력과 관계없는 편의상 자리 배치”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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