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맞은 황교안, 한선교에 되치기?…공천 갈등 점입가경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19일 13시 59분


미래한국, 비례공천 후보자 4명 조정이 '마지노선'
통합당 내에선 여전히 전면 재검토 요구하며 대립
한선교 교체 등 새 지도부 구성해 판 다시 짤 수도
제2 비례정당 창당, 통합당 자체 비례 공천 가능성도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마이웨이 공천’ 논란을 둘러싼 갈등을 수습하며 모(母)정당인 통합당과 간극 좁히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달래기’가 통합당 측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정치권에 팽배하다. 통합당 내에선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교체 대상과 순번을 놓고 여전히 불만이 상당해 비례공천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합당과 황교안 대표 뿐만 아니라 미래한국당 내 대다수 최고위원들도 비례대표 후보 공천명단에 강력 반발하며 재의를 요청하자,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8일 심야 회의에서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비례대표 후보 21번→3번)과 이종성 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22번→8번), 정경희 전 국사편찬위원(27번→17번)을 각각 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전보다 당선 가능성을 훨씬 높인 셈이다. 비례대표 후보자 40인 및 예비인 명단에서 배제됐던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도 당선권에 새로 포함됐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겸 숙명여대 피아노 실기강사였던 김예지씨는 3번에서 11번으로 순번이 변경됐지만, 비례대표 1·2번인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신원식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1년 미만 변호사 경력으로 자격시비가 불거진 김정현 현 법률사무소 공정 변호사(5번) 공천은 기존대로 유지된다.

미래한국당은 19일 이같은 비례공천 수정명단을 선거인단 표결을 거쳐 인준받은 뒤 최고위원회 논의를 거쳐 의결, 최종 확정하게 된다.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천 절차는) 오늘 재심의 결과가 나오면 선거인단이 통과시키고 오늘 오후에 최고위에 넘어가면 완료된다”며 “최고위가 우리한테 요구한 대부분 것을 수용했기 때문에 최고위가 부결할 수 있는 여지도 없다”고 확신했다.

공 위원장은 순번이 조정된 후보자 4명에 대해 “미래통합당 의도가 담겨 있을 거라고 추측하지만, 최고위가 제시한 내용을 제가 대부분 수용해서 최고위 입장을 찬성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줬기 때문에 최고위는 당연히 자기들이 요구한 걸 수용했기 때문에 100% 그냥 결정할 것”이라면서 최고위의 경질설에 대해선 “(저를) 경질하는 것은 그분들이 갖고있는 권한이면 경질할 수 있지만 여론의 후폭풍도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래한국당 공관위는 당 지도부 의견과 통합당 등 외부 반발을 고려해 나름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지만, 통합당 쪽에서는 비례대표 공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할 만큼 강경 기류가 여전하다.

4명에 불과한 조정 폭만으로는 공천 갈등이 말끔히 해소되기에는 역부족인데다, 선거인단 찬반투표에서도 수정명단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 갈등이 더 첨예해질 수 있다. 황교안 대표가 수정안에 대해 문제 삼을 경우 미래한국당 선거인단의 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당 내에선 서운함을 넘어 “신뢰가 깨졌다”는 성토가 쏟아질 만큼 미래한국당과 비례공천 갈등 조율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극단책을 쓸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통합당이 미래한국당 대신 다른 비례정당을 세우거나, 한선교 대표 교체 및 지도부 전원 사퇴 후 재구성, 통합당의 비례대표 후보 자체 공천 방안 등이 정치권에서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선택지는 마땅치 않다.

통합당의 자체적인 비례대표 후보 공천은 절차상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지역구 의석 점유율이 높을 경우 상대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수는 줄어들게 된 만큼 의석 점유율 측면에서 실리적으로 유리하지 않다.

미래한국당 대신 제2의 비례대표 정당을 창당하는 방안은 가능성은 낮지만 무시할 순 없다. 이미 통합당은 당 사무처 노조위원장 명의로 ‘자유한국당’이라는 당명의 창당준비위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해 둔 상태다. 한 달도 안 남은 선거일까지 창당 준비와 인선 작업을 일사천리로 마쳐야하는 게 관건이다.

통합당이 요구하는 비례대표 후보 전면 재조정 요구가 끝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한선교 대표가 공천 파동에 따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미래한국당은 이번 총선에 한시적으로 최고위원회가 공천 방식을 직권으로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만큼 새 지도부가 공천 명단을 새로 짜는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 최고위원회는 공천관리위원장 및 위원 임명에 대한 의결권 뿐만 아니라 공천관리위원장·위원 겸임도 가능한 만큼 일정이 촉박하면 통합당과 조율을 거쳐 현 지도부가 공천 판을 다시 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통합당은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목표 하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파고든 전략으로 전례 없는 위성정당(자매정당)을 창당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결국 꼼수를 부리다 제 덫에 걸려든 셈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황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대표 공천 명단으로 논란을 빚은 자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관련, “이번 선거의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할 때 대충 넘어갈 수 없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바로잡아서 승리의 길로 다시 되돌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한국당은 괴물 선거법에 맞서서 의회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혁신과 통합의 가치를 담는 희망의 그릇이었다. 그러나 국민의 열망과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보이면서 국민께 큰 실망과 염려를 안겨드리게 되었다”며 “안타깝고,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다”라고 사과했다.

황 대표는 미래한국당의 조정 폭이 부족하다고 보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 당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하는 것 적절치 않다”고 말을 꺼리면서도, 단호한 결단이 독자적 창당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엔 “여러가지 생각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빠른 시간 내에 원만한 해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반면 한 대표는 18일 밤 당사를 떠나면서 기자들로부터 황교안 대표와 공천 수정안을 협의했느냐는 질문에 “당이 다르다”고 언급하며 모(母)당인 통합당과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는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간 비례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극심해질 경우 중도층뿐 아니라 공천 주도권 싸움에 실망한 고정 지지층마저 이탈해 총선에서 자멸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총선 전체 판도에도 악재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기보다는 일정한 접점에서 봉합하지 않겠냐는 관측에 좀 더 힘이 실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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