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남·대미 관계에 종횡무진 나서며 높아진 정치적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북핵 국면에선 김 위원장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면 올해부턴 우리로 치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여정은 22일 개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앞서 김여정은 3일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대남 담화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대미 담화는 외무성이 주로 맡아왔던 것과 달리 김 부부장이 사실상 북한의 대외 메시지를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선전선동부에서 당 서열 1순위 조직인 조직지도부로 옮긴 것으로 알려진 김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김 위원장이 리만건 조직지도부장을 공개 해임한 뒤 전면에 등장한 상황.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까지 오빠 김 위원장의 의전 등을 담당했지만 북-미 대화 교착으로 통일전선부와 외무성 라인이 모두 문책된 이후 국내 정치와 외교, 군사 방면에서 전방위적으로 위상이 강화된 셈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사실상 북한 내 2인자라고 볼 수 있다. 가장 확실하게 김정은을 대변하고 있다”며 “김정은 입장에서는 직계가족이자 여성이라는 점 등이 김여정을 더 신뢰할 수 있는 요소다. 전형적인 가족정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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