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민생당 의원은 24일 민생당의 ‘반호남주의’ 노선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당 노선의 변화를 보면서 중대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사실상 합당 취소 의사를 밝혔다.
대안신당·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 등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3당이 합당해 창당된 민생당은 이날로 창당 한 달을 맞았다.
민주평화당 대표 출신으로 민생당에 합류한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생당) 합당 한 달의 성적표는 실망스럽다. 민생당은 지금 기로에 섰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저는 현재 민생당을 막후에서 움직이는, 어쩌면 당 혼란의 책임을 져야 할 손학규 대표에게 세 가지 요구에 대해 최후통첩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요구한 것은 △민생당의 반호남주의 노선 폐기 △개혁노선과 정체성 분명히 할 것 △통합정신으로 돌아가 민주적인 당 운영 등이다.
그는 반호남주의 노선과 관련해 “민생당은 호남기반 정당이다. 호남개혁정치를 기반으로 도전해야 한다. 그러나 바른미래당계는 이를 노골적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정화 공동대표는 새로 출범한 지도부가 5.18 묘지를 참배하는 것마저 거부했다”며 “호남개혁정치, 호남정신을 부정하는 사람은 어떤 말로 변명한다 해도 개혁의 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개혁노선과 정체성에 대해선 “개혁노선과 정체성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했다”며 “손학규 대표 측은 민생당 의원총회의 결의사항인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거부했다. 거부도 모자라 ‘친문2중대’가 되려는 것이냐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호남에서의 문재인 정부 지지가 강고한 호남의 현실을 외면하며 자기 밥그릇 챙기는 좁쌀정치를 고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례연합당을 통한 선거연합은 수구세력의 기승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며 “선거연합을 통해 보수 적폐세력의 부활을 막고 개혁의 승리를 만들자는 주장을 친문2중대란 말로 반호남주의·반개혁주의를 노골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통합정신과 관련해선 “민생당은 한 달 동안 계파 밥그릇 싸움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국민에게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하고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며 “통합정신은 온 데 간 데 없이 주류의 계파 이익 극대화에 몰두하며 어떤 민생 대책도 선거 이슈도 주도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2차 민생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옛 바른미래당계 당직자들이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참여 의결에 반대하며 박주현 공동대표 등 최고위원들의 뒤에서 손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 의원은 “민생당의 오늘의 모습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하다”며 “저뿐만이 아니라 당의 혼란과 지지부진을 보면서 민주평화당 출신의 조배숙·김광수·황주홍 의원 등도 고뇌에 빠져 있다. 반호남주의가 당을 지배하고 있고, 밥그릇 싸움에 빠진 당을 보며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선과 비전에 대한 정립이 없이 급조된 당의 현실이다. 정치는 결국 노선과 정체성이 제일 중요하다”며 “오직 전북의 발전을 위해, 개혁의 승리를 위해 당의 변화를 기대하며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의 말처럼 창당 한 달을 맞은 민생당은 내분이 끊이질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두고 바른미래당계는 불참을,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계는 참여 의사를 밝히며 계파 간 다툼이 일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정화 공동대표는 당의 공식 점퍼를 입지 않았고, 유성엽 공동대표는 당무를 보이콧했다. 이후 박주현 공동대표가 김정화·유성엽 공동대표가 불참한 별도의 최고위에서 비례연합 참여를 의결했다.
한편 이날도 민생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국회부의장 출신 박주선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해 파장이 일었다. 4선 중진이자 바른미래당계 핵심인 박 의원이 컷오프되자, 바른미래당계 인사들은 공천 결과에 불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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