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해제 외교문서서 드러나
1989년 盧정부, 헝가리 수교 위해 7억7500만달러 경협-차관 제공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최고지도자가 ‘북한이 남침할 경우 중국은 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발언의 내막이 뒤늦게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외교부가 지난달 31일 비밀해제한 1988년 및 1989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한일친선협회 회장단이 1987년 6월 23일 일본 도쿄(東京)를 방문했을 때 야노 준야(矢野絢也) 당시 공명당위원장은 덩 주석과의 만남을 회상하며 이같이 전했다. 야노 위원장은 “덩 주석이 ‘북한은 군사력으로도 남한보다 약하며, 따라서 남침할 능력이 없다. 만일 북한이 남한을 침공한다면 중공은 북한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언했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1989년 6월 아키히토(明仁) 당시 일왕이 한일 과거사 문제에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고 발언한 배경도 공개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방일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일본 측은 일왕의 최초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제안했다. 이에 주일 한국대사관은 한국에서도 일왕에 대한 환영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했고, ‘통석의 염’ 발언이 이 맥락에서 나왔다는 것. 하지만 아키히토 전 일왕의 방한은 결국 양국의 반대 여론이 높아져 무산됐다.
노태우 정부가 북방외교 과정에서 1989년 헝가리와의 수교를 위해 1억2500만 달러 은행차관을 제공했던 것도 공개됐다. 박철언 당시 대통령 정책보좌관과 버르터 페렌츠 헝가리 국립은행 총재가 1988년 8월 12일 ‘상주 대표부를 설치하고 수교 교섭을 시작한다’고 합의 의사록에 서명하면서 정부는 헝가리에 6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경제협력을 제공한다고 했다. 4개월 뒤 한국은 헝가리 중앙은행에 1억2500만 달러 차관을 제공한다는 계약을 체결했고 1989년 2월 1일 한국은 동유럽권 첫 국가로 헝가리와 외교 관계를 맺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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