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구원장직 사퇴 뜻 밝혀… ‘5인 협의체’ 통해 선거전략 이끌어
비례정당 추진하며 ‘악역’ 맡기도… 일각 “당분간 여권내 영향력 유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사진)이 4·15총선 직후 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총선 승패와 관계없이 당직에서 물러나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다.
31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 원장은 최근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주변에 “당과 대통령에게 거리를 두겠다. 시골로 가겠다”며 선거 다음 날 선대위 해단식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는 또 “총선이 끝나면 당도 새로운 질서로 재편돼야 한다. 당의 주요 포스트들이 통합형, 확장형 리더십으로 가야 한다. 내가 비켜주는 게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원장은 2017년 5월 대선 직후에도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공직을 맡지 않겠다”며 한국을 떠났다가 2년 만인 지난해 5월 민주연구원장으로 현실 정치에 복귀했다.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양 원장이 사퇴를 결정한 것은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주도하며 불거진 내홍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원장은 2월 24일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민주연구원 보고서를 당 지도부 핵심들에게 보고하면서 연합정당 참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 안팎의 반발이 거셌지만 그는 “이대로 가다간 원내 1당 지위를 빼앗긴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며 당 지도부를 설득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후 민주당이 주도한 더불어시민당은 비례대표 후보 30명을 선관위에 등록했다. ‘꼼수’ 논란에 휩싸였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통해 당초 7석 안팎으로 예상됐던 비례대표 의석수를 크게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례정당을 밀어붙이면서 각종 파열음이 났다. 특히 정치개혁연합과 비례정당 구성을 논의하던 민주당이 돌연 플랫폼 정당인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 비례연합정당을 꾸리자 정치개혁연합 측은 “비선 실세인 양 원장을 교체하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양 원장이 총선을 치르면서 악역을 많이 맡았다”고 했다. 일각에선 양 원장이 자신이 총선 후 당에 계속 남을 경우 향후 시민당과의 통합은 물론이고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세력과의 연대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떠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양 원장이 민주당의 총선 전략을 디자인해온 만큼 총선 후 당직에서 물러나도 한동안 여권에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양 원장은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등과 비공식 ‘5인 협의체’를 꾸려 총선 전략을 이끌었다. 친문 핵심들 사이에선 양 원장이 정권 후반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맡으며 ‘청와대 순장조’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다만 양 원장은 주변에 “비서실장을 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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