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맞는 첫 주말인 4일 서울 종로에서 맞붙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이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극복과 종로 도약을,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심판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낙산공원과 숭인동 일대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명륜동에서 차량에 올라 유세 활동을 벌였다. 오후에는 거주지인 교남동으로 향해 대신 중·고등학교 이전 문제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종로 선거가 갖는 의미에 대해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저를 보고도 잘해달라, 의지하고 싶다는 국민이 많은 것을 보면 국민이 생각하는 상황은 정치인의 생각보다 위중하다”며 “예전 선거에는 없던, 바로 정치 지도자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들이 생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학로와 낙산공원, 낙원상가 등을 세계적인 문화산업의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교통 문제에 대해서는 “대중을 위한 전용차선을 보호하면서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늘릴 지혜를 짜보겠다”고 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황 대표를 거론하며 “너무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남겨 시선을 끌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께서 저를 지지한다고 해서 상대를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 상대를 지지한다고 절 너무 미워하지 말란 뜻”이라며 “어차피 손잡고 협력할 처지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이 위원장에 대한 일본 언론의 관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유세 현장에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도쿄신문 기자가 직접 취재를 왔다. 이 위원장은 ‘한국정부가 일본에만 강경 대응을 한다’는 일본 언론의 주장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했는데 이 체결이 무너진 만큼 한국도 비자를 심사하게 된 것”이라며 “정치적 판단 때문에 사실관계를 오해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교남동 유세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 알바노조의 ‘과식투쟁’ 등을 소개하며 “이런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생계를 보장하지 못하는 정치라면 그런 정치를 해서 과연 무엇을 할 것이냐”며 “때로는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 지금도 여러분이 안 계시면 혼자 울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바노조의 ‘과식투쟁’은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든 식당을 찾아 ‘혼자 가도 2인분 시키기’ 등의 캠페인을 말한다.
또 “대신중·고등학교 이전은 교육청과 서울시의 입장을 볼 때 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보고 받았다”며 지역 현안 해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일해 본 사람이고 일을 했다 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 사람이다”며 “작심해서 덤비는 일은 대체로 성공했다. 이번 일도 꼭 성공하고 싶다. 코로나 국난 극복과 종로 도약을 위해 혼신의 힘 다하겠다”고 했다.
황교안 대표는 정권 심판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 재동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법대로 안 되는 정권,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이 정권과 싸워 이기려면 똘똘 뭉쳐야 한다”며 “바꿔야 산다, 바꿔야 기회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요즘 유세 현장을 다니며 유권자들에게 안녕하냐고 물으면 다들 ‘안녕하지 않다’고 답한다”며 “나라가 어려운데 고쳐질 기미는 안 보인 채로 이 정부가 집권 3년 차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70여년간 이룩한 대한민국이 불과 2~3년 만에 무너졌는데 책임은 누가 지고 있느냐. 경제가 무너졌는데 누가 ‘잘되고 있다’고 하느냐. 문재인 대통령은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며 “이런 비정상 정권이라 우리가 심판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통과가 됐는데 법을 30년 이상 다뤘는데 모두 듣도보도 못한 법이다”며 “공수처법은 이 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를 공수처가 뺏겠다는 건데 이런 법은 민주주의에는 없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이런 고집불통 정권을 우리가 심판해야 하는데 다행히 4월15일 기회가 왔다”며 “코로나19로 투표장 가기 힘들어도 이번에는 무조건 가서 투표해야 한다. 통합당이 이번에 압도적 다수를 차지해 잘못 만들어진 공수처법과 선거법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자리를 옮겨 삼청동으로 향한 황 대표는 아내 최지영씨와 조우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각각 다른 현장에서 유세를 하다 만난 것으로, 부부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공동 유세에 나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아내 최씨는 뉴스1과 만나 “서로 일정을 모르고 따로 유세하다가 장소가 겹치면서 같이 하게 됐다”며 “앞으로 유세를 같이 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황 대표와 함께 유권자들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차에 오르거나 별도의 지지 연설은 하지 않았다.
한편 이 위원장의 “황교안 대표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한 발언에 대해 통합당은 논평을 내고 “본인을 명실상부한 여권 대권주자로 착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정작 그가 마주할 미래는 자신의 대선 승리가 아닌 스스로가 조국을 위한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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