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양강 체제’가 더 확고해졌다는 점에서 4년 전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제3의 정당이 있었던 20대 총선과 차별화된다.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해 이른바 ‘안철수 돌풍’을 만들어냈던 무당층(부동층)의 향배에 따라 원내 1당이 갈리는 만큼 거대 양당은 막판까지 부동층 흡수에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5일 동아일보 분석 결과 20대 총선 당시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후보 간 표차가 국민의당 후보 득표수보다 적었던 지역구는 총 119곳으로 전체의 47%에 이른다. 이 지역에서 당시 국민의당 후보에게 갔던 표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나 통합당 후보에게 간다면 승패가 뒤바뀔 가능성이 그만큼 있는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민주당-국민의당 간 3자 대결이 이뤄진 곳만을 기준으로 한 수치여서 실제로 무당층 표심에 따라 선거 결과가 뒤집히는 지역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체 선거 판세를 가를 수도권의 경우 전체(121곳)의 60%인 73곳이 이런 지역이다. 서울은 용산, 양천을, 관악갑·을, 서초을 등 30곳, 인천은 연수갑·을, 부평갑·을 등 9곳, 경기에서는 수원갑·을, 성남 수정 등 34곳에서 민주당과 새누리당 후보 간 표차보다 국민의당 후보 득표수가 많았다.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3월 29, 30일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9%를 기록했던 국민의당은 2주 후 실제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12.6%(300석 중 38석)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뽑았던 보수 성향 중도층 지지자들이 제3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통합당에 표를 보낼 것이냐, 그리고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문재인 대통령 및 민주당으로부터 돌아선 중도 성향 진보층은 얼마나 늘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선 무당층 표심이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확 뒤집힐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앞으로 남은 9일간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전체 선거인 4399만4247명 중 4분의 1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는 1000만 명 안팎의 무당층을 잡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은 5일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주력 유세단을 수도권에 집중시키며 중도·무당층을 겨냥한 유세에 나섰다. 이 위원장은 이날 종로 유세에서 1가구 1주택 실소유자 종합부동산세 완화에 대해 “당 지도부에서 협의했다. 그렇게 조정이 됐다”며 수도권 표심 잡기에 집중했다. 임 전 실장은 4일 경기 이천, 의왕-과천, 용인정에 이어 이날도 서울 동작을, 경기 김포, 고양 등 수도권 격전지로 출동했다.
통합당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필두로 전날 부산경남에 이어 이날 대전충청 등 격전지역 무당층 공략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 위원장이 4일 주말 첫 일정으로 달려간 부산경남은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등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진 지역이다. 김 위원장은 부산 유세 현장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면 ‘경제 코로나’가 아주 물밀듯이 닥칠 것”이라며 “지난 3년간 이분들의 경제 실적으로 봤을 적에 과연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정부는 매우 무능하다”며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5일에는 ‘스윙 보터’로 꼽히는 충청 민심 잡기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대전 중 지역구에 출마한 민주당 황운하 후보에 대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 선거 (관여 의혹) 때문에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데 민주당에서 공천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대전 유권자들이 뽑을 수 있겠냐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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