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안돼” vs “수도권 해볼만”…여야, ‘샤이보수’ 놓고 동상이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7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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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숨은 야당표, 이른바 ‘샤이(shy) 보수’(여론조사에 답하지 않는 보수 지지층)가 막판 핵심 변수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샤이 보수층이 결집하면 수도권에서도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샤이보수층의 존재 자체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통합당은 유권자의 최대 10% 정도를 샤이보수층으로 추산한다.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6일 라디오에서 “아직도 보수층 가운데는 자신들의 의견을 대놓고 표현하는 게 좀 부담스러운 층이 여권보다는 많다”며 “지금 여론조사 상에서 한 10%포인트 정도 차이가 나는 것들은 거의 다 붙어 있는 거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샤이보수층이 10% 정도 되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안쪽의 격차는 접전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민주당은 “샤이보수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자기 모순”이라며 현 판세에서는 샤이보수층이 최대 5% 정도에 불과하다고 분석한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태극기부대 등 본인이 보수라는 걸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진지 오래됐다”며 “샤이보수를 감안하더라도 통합당의 지지도는 30% 박스권에서 1년 동안 바뀐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샤이보수가 실재하고 이들의 표심이 반영되더라도 통합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거란 주장이다.

숨어있는 보수층을 ‘샤이 보수’로 보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다만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는 ‘숨겨진 보수층’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견이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요즘에는 부끄러워서 (여론조사에) 응답을 안 하기보다는 그냥 귀찮거나 다른 이유로 응답을 안 하는 사람이 더 많다”면서도 “‘부끄러운 보수층’은 아니더라도 ‘침묵하는 보수층’이 10% 정도는 존재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와 유선전화를 섞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선전화 비율을 높였을 때 보수 진영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는 것도 샤이 보수 논쟁과 무관치않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의 대표적인 격전지인 동작을의 경우 유선전화 비율이 9.5%인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의 5, 6일 조사에서는 민주당 이수진 후보(47.2%)가 통합당 나경원 후보(34.3%)를 12.9%포인트 차로 앞섰다. 그러나 유선전화 비율을 31%로 높인 국민일보·CBS·조원씨앤아이의 4, 5일 조사에서는 나 후보(44.1%)와 이 후보(40.9%)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선전화와 자동응답(ARS) 조사 비율이 높아지면서 통합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 셈이다(두 조사 모두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관계자는 “안심번호를 사용한 휴대전화 여론조사가 응답자의 거주지와 연령층이 객관적으로 검증된 만큼 유선전화 조사 보다 더 정확하다”고 주장한 반면, 통합당 관계자는 “보수층은 집에서 편하게 통화할 수 있는 유선전화, 상담원과 직접 얘기를 하지 않는 자동응답 조사에 더 적극적으로 답변하고 있다. 샤이 보수가 유선전화 조사에 더 잘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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