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해리스 대사, 오는 11월 사임 뜻 밝혀"
지소미아 파기, 방위비 협상 등 한미 충돌 부담
美대사관 "한미동맹에 일조 의지 변함 없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관계 없이 11월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며 파장이 일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등 한미 간에 첨예하면서도 산적한 현안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직 대사들과 달리 직설적인 화법으로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며 ‘조선 총독’ ‘외교 결례’ 등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스 대사가 사적인 자리에서 오는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까지 대사직을 맡을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해군 4성 장군 출신인 해리스대사는 지난 2018년 7월 부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2월 해리스 대사를 호주 주재 대사로 지명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요청에 따라 주한 대사로 다시 지명했다.
해리스 대사가 11월까지 한국에 머문다면 2년4개월 가량 재임하는 것이 된다. 앞서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는 3년2개월, 마크 리퍼트 전 대사는 2년2개월간 근무했다.
로이터통신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IMA.지소미아) 파기, 방위비 협상 등 현안 등을 놓고 한미간 의견 충돌과 인신 공격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방위비 협상이 대표적이다. 해리스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0억 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며 국내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곤욕을 치렀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은 지난해 10월 방위비 증액 요구를 비판하며 주한 미국대사관저에 기습 진입했고, 12월에는 한 시민단체가 ‘콧수염 뽑기’ 퍼포먼스로 해리스 대사를 규탄했다.
해리스 대사는 기존 외교관과 달리 직설 화법으로 미국의 입장을 전하며 ‘외교 결례’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해 11월에는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혜훈 의원이 주한대사관저에서 해리스 대사가 30분간 방위비 분담금 이야기를 하며 분담금 액수를 20번 정도 거론해 당황했던 심정을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해 “향후 제재를 유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북한과의 협력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가 정치권에서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남북협력과 관련된 부분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이 과정에서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이 ‘일제 강점기 조선 총독의 콧수염’을 연상시킨다는 점도 공격을 받았다. 해리스 대사는 일본계 어머니와 주일미군이었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미 해군 태평양사령관을 지냈다. 주한미대사로 부임하면서 외교관으로서 새 출발을 기념해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했지만 뜻하지 않게 ‘조선 총독’ 논란에 시달린 셈이다.
당시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이 한국인들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CNN은 미국 시민인 해리스 대사를 일본 혈통과 연관지어 비판하는 건 미국에서라면 인종차별로 간주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8월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 후 미 당국자들이 실망감과 불만을 잇따라 표출하자 외교부가 해리스 대사를 불러 항의한 일을 거론하기도 했다.
주한미대사관 대변인은 이날 외신 보도 직후 입장문을 내어 “해리스 대사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을 위해 지속적으로 적극 봉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임설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부인하지 않은 채 직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대변인은 “해리스 대사가 평소 즐겨 말하는 것처럼 ‘한국은 미국 대사로서 최고의 근무지이자 미국에게는 최고의 동반자이며 동맹이다’”며 “‘대한민국 정부 당국자는 물론 훌륭한 한국민 및 독립성을 보장받는 언론과 적극 소통함으로써 한미동맹 강화에 일조하겠다’는 대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사임설이 불거진 가운데 해리스 대사는 이날 오후 트위터에 ‘오늘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함께 실천하며 멋진 점심을 함께 했다’고 올렸다. 해리스 대사와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12인용 테이블의 대각선 끝에 각각 앉아 함께 유머스럽게 사진을 찍은 것으로 주한미대사로서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대사는 은퇴 후 부인 브루니 여사와 함께 살기 위해 미 콜로라도에 집을 마련한 상태라고 3명의 소식통이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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