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5]
“與, 경제계 반대 상법개정안 공약… 野는 대안없이 법인세 인하 주장”
“20대 국회에서 규제 개혁 법안이 줄줄이 막혀 ‘경제는 버려진 자식’이라는 말까지 나오지 않았나요. 21대에서는 더 심한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입니다.”
국회를 오가며 산업계의 의견과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한 경제단체 대관 담당자는 9일 주요 정당의 공약에 대한 평가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해 9월 국회 파행에 따른 경제 활성화 법안 통과 지연을 두고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 아닐까 싶다”고 토로했던 상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여당이 정권 초부터 추진해 온 재벌 개혁 기조가 코로나19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번 총선 공약에서도 드러나 우려스럽다”며 “야당 역시 공약을 보면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경제 살리기에 무관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며 수년 동안 경제계가 반대해온 상법 개정안 내용이 여당 공약집에 실린 것을 보고 여전히 기업은 개혁의 대상으로만 볼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일감 몰아주기 같은 기업의 일탈행위를 개선하겠다’ ‘재벌의 부당한 지배력 남용과 특혜를 근절하겠다’며 공약집을 통해 기업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지주회사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지분을 높이겠다는 공약이 시행되면 새로 지주사를 설립하려는 기업이 추가 지분 매입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미래통합당도 구체적인 대안 없이 법인세 인하 등 과거에도 주장했으나 관철시키지 못한 구호성 정책만 되풀이했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활성화 정책을 전혀 준비하지 못한 새 입법부가 기업을 압박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까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민구 warum@donga.com·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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