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한국 분담금을 정하는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장기 표류하고 있다. 앞서 1일 잠정타결 발표 관측이 무산된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의 ‘최소 13% 인상안’을 거부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면서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10일(현지 시간) 미국 정부 당국자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가 전년대비 최소 13%를 인상하겠다고 제안한 것을 거부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잠정 합의안의 총액은 지난해 1조389억 원에서 13% 증가한 약 1조1749억 원이다. 통신은 6일 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분담해 줄 것을 원하는 트럼프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전현직 미국 당국자들은 당장 타결되기는 어려우며, 일부 인사들은 수주 또는 수개월내에 방위비 협상이 타결될지에 의문을 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한 당국자는 “이런 상황이 미국의 11월 대선 가까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이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요구 수준을 낮추기가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로이터가 표현한 ‘한국 정부의 제시안’은 한미 협상 실무진의 잠정 합의안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에 따르면 한국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13%나 올려준다고 제안했고 이건 적은 금액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상호간에 납득할 수 있는 것(방위비 분담금)을 이끌어내지 못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전히 한미가 총액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 행정부의 한 당국자는 동아일보에 “5년간 모두 50억 달러를 인상하는 방안이 담긴 실무 레벨의 잠정 합의안이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라간 직후 최종 타결 관련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게 맞다”면서도 “현재로서는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계속 진행 중이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당초 4·15 총선 전 방위비 협상을 최종 타결하고 20대 국회에서 비준을 마치려 했던 정부는 난감해하고 있다. 협상 상황을 잘 아는 한 외교 소식통은 “결재판을 엎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바뀔 때까지 시간을 끌지, 다시 판을 뒤흔드는 협상을 해야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미간 수석대표 논의도 아직 계획된 게 없다”고 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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