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충남 천안시장 보궐선거에서는 특정 후보의 선거법 위반 피소 사실이 막판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이 선거구에는 더불어민주당 한태선(55), 미래통합당 박상돈(70), 무소속 전옥균 후보(51)가 출마했다. 한 후보는 청와대 등 중앙무대에서 활동한 경제통의 ‘젊은 일꾼’임을, 박 후보는 시장군수와 국회의원을 아울러 역임한 ‘준비된 시장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전 후보는 “중앙당 아닌 시민 눈치만 보는 무소속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렇다 할 이슈가 없었던 선거판은 7일 충남도선관위가 천안시장에 출마한 A 후보와 천안시 공무원 B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고발하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도선관위에 따르면 B 씨는 전·현직 공무원 9명을 초청해 A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13만4000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한 혐의다. 이 식사 자리에 인사차 왔던 A 후보는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은 천안시는 다음날인 8일 B 씨를 직위해제하는 고강도 조치를 취했다. 선관위는 또 B 씨의 식사 대접을 받은 9명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7명 각자에게 음식값의 30배인 36만원씩을 과태료로 부과했다. 천안시공무원노조는 성명을 내어 “우리 시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과 직위해제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우리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자는 외침이 메아리로 돌아와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A 씨의 신원을 확인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실명 보도를 했고 시민단체도 실명을 거론하면서 해당 후보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천안아산경실련(경실련)은 10일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공정하고 당당한 후보가 천안시장이든 국회의원이든 당선돼야 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각종 언론보도로는 민주당의 한태선 후보가 사법당국에 고발된 당사자일 것이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태선 후보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천안시장 후보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다. 통합당 천안시의회 의원들은 “선관위의 고발로 ‘재선거에 또 재선거’가 우려된다. 관련 후보자는 즉각 사퇴하라”고 공세의 고삐를 죄었다.
선거 때 선관위가 출마 후보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A 후보 고발에 지역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번 보궐선거를 초래한 구본영 전 천안시장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번 지방선거를 한 달 여 앞둔 2018년 5월 당시 천안시장 예비후보였던 구 전 시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구 예비후보를 전략 공천했다. 구 후보는 당선됐지만 결국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유죄를 인정받아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민주당 소속의 양승조 충남지사는 천안시를 긴급 방문해 시정 공백이 없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올해 줌바댄스 관련자 등으로 천안시의 신종 바이러스감염병(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이 발생하고 대처에 우왕좌왕한 모습도 보이자 시장 공석으로 혼란이 초래됐다는 지적이 시민들 사이에서 나왔다. 천안시의 한 유권자는 “보궐선거를 치르는데 19억 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더 큰 일은 중도하차로 인한 시정 공백이 생겨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라며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A 후보가 선거법을 위반했는지 최종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공세를 펴는 것은 ‘사표(死票) 효과’를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세 후보 가운데 박 후보와 전 후보는 피소 당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한 후보 측은 일체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본보도 한 후보 측에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 사실 확인을 요구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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