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 시작하는 21대 국회는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국정 운영과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무대다.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이 “개혁의 완성”을 주장하고, 정권 탈환을 노리는 미래통합당이 “정부 견제”를 외치며 지지를 호소하는 이유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 첨예한 이슈는 물론 여야의 당내 역학구도도 총선 성적표에 따라 요동칠 수 밖에 없다.
● 범여권 과반 이상 확보 시 靑 장악력 상승할 듯
“한 마디로 마음먹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14일 민주당,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 등 범(汎) 여권이 180석 이상을 얻게 되는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국회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권이 180석 이상 확보한다면 원하는 모든 법안을 상정하고 통과시킬 수 있다.
180석까지는 아니지만 범여권 정당이 과반(150석) 이상 의석을 얻는다고 해도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은 지금보다 더 공고해진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위력이 극명하게 드러났고,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선뜻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지 못할 것”이라며 “청와대 희망하는 개혁 입법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히 친문 진영의 입지는 더 탄탄해지고 차기 원내대표, 당 대표 선거는 물론 2022년 대선 후보 경선까지도 ‘문심(文心) 잡기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반면 통합당 등 보수야권은 범여권의 질주를 제어할 수단을 사실상 잃게 된다. 21대 국회 내내 여권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통합당이 선거 막판 “범여권이 180석 이상 얻는 것은 막아 달라”며 호소 작전에 나선 배경이다.
여기에 총선 참패의 책임론 등으로 통합당은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황교안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만약 지역구에서 패한다면 통합당은 유력한 차기 주가가 없는 ‘리더십의 부재’ 속에 춘추전국시대로 돌입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역할과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 전 대표의 당선 여부 및 향후 행보가 당내 권력구도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통합당 과반 이상 확보 시 레임덕 본격화 가능성
반대로 통합당, 미래한국당 등 보수 야권 정당이 150석 이상 얻는다면 국회 주도권은 보수 진영에게 넘아갈 수 있다. 국회의장은 물론 주요 상임위원장도 보수 야권이 자치하게 되고, 장관들에 대한 탄핵 여부도 보수 야당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여기에 공수처법, 공직선거법 개정안, 탈(脫)원전 정책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들 역시 입법부 권력을 쥔 야당에 의해 무력화 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의 레임덕(집권 말기 지도력 공백)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셈이다.
황 대표의 당 장악력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관계자는 “통합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다면 황 대표는 지역구 선거의 승패를 떠나 차기주자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한동안 뜸했던 ‘친문 대 비문(비문재인)’의 전통적인 대립 구도가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친문 공천’의 책임론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나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 등이 쟁점이다. 이 경우 당내 차기 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 설정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민주·통합 과반 실패 시 치솟는 군소정당 “값
민주당 계열 정당과 통합당 계열 정당 모두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한다면 이는 정의당, 국민의당, 민생당 등의 약진을 의미한다. 자연히 이들 정당이 21대 국회의 캐스팅 보트를 쥐게된다.
이 경우 위성정당 창당 문제를 놓고 극심하게 틀어진 민주당과 정의당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될지도 변수다. 여기에 ”국민의당이 하려는 일에 동참하는 어떤 당과도 손을 잡는 것은 당연하다“고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행보에 따라 보수야권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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