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발사체는 코로나19와 비슷하다. 피해를 줄일 순 있어도 완전히 막을 방법은 없다는 점에서다. 탄도미사일이든 순항미사일이든 방사포든 북한이 실전에서 쏘면 우리는 일단 맞은 뒤 방역하듯 대책을 찾는 수밖에 없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북한이 단거리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쏜 14일 이같이 말했다. 연구용 인공위성 ‘한누리 1호’ 개발자이기도 한 장 교수는 과거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이었으며 현재는 한미연합사령부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민간 최고의 미사일 전문가로 꼽힌다.
이날 강원 문천 일대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2017년 6월 8일 쏜 미사일(KN-19)과 같은 탄종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은 2017년 6월 당시 지상에서 발사된 다음 해수면과 불과 3~5m 떨어진 고도에서 초저공 비행을 한 뒤 가상의 적 함정을 족집게 타격했다. 해수면에 바짝 붙어 비행하는 이런 방식을 쓰면 미사일을 사전 탐지해야 할 우리 군 레이더망이 무력화되면서 요격 대응시간이 짧아져 요격이 어려워진다. 총선 하루 전 요격이 어려운 위협적인 대남 타격용 무기를 3년 만에 다시 발사한 셈이다.
북한은 이 순항미사일 외에도 지난해 5월 미사일 도발 재개 이후 한반도에 배치된 한미의 미사일 요격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발사체를 최근 1년간 연이어 등장시키고 있다. 한국군이 구축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빈틈을 노린 발사체 개발에 사활을 건 듯하다. 장 교수를 만나 북한의 대남 타격용 미사일 기술 진전 현황과 한미의 요격 가능성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북한은 지난해 5월 이후 사실상의 탄도미사일인 초대형 방사포를 포함해 대남 타격 전력인 단거리 탄도미사일만 발사해왔다. 그런 북한이 총선 하루 전 대뜸 순항미사일을 들고 나왔다. 게다가 이날 전투기까지 동원해 공대지미사일 사격 훈련도 했다고 한다.
“한국군 당국이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에만 집중하고 있는 점을 겨냥한 행보로 보인다.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지대함 순항, 공대지미사일 등 다른 대남 실전 타격용 미사일 수준도 북한이 최근 개발 중인 탄도미사일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과시하는 것이다. 실제 전쟁을 할 때 사용할 미사일을 백화점식으로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 긴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순항미사일은 최고 속도가 마하 1이 되지 않는다. 탄도미사일은 단거리라도 보통 마하 5가 넘는데…. 속도가 느린 만큼 요격도 쉬운 것 아닌가.
“북한은 순항미사일을 최대한 낮게 비행하게 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속도가 아무리 느려도 낮게 날면 사전 탐지가 어렵다. 사전 탐지는 요격 작전의 시작이다. 사전 탐지가 늦어지면 요격이 불가능하다. 일단 맞아야 한다. 14일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쏜 시간이 오전 7시인데 이 사실을 군이 발표한 시간은 점심시간이 지나서였다. 군 당국이 순항미사일 발사 궤적 포착에 상당한 애를 먹었다는 증거 아니겠나.”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순항미사일이 아침 7시부터 발사된 건 맞지만 이후에도 공대지미사일을 쏘는 등 북한 군사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상황이 모두 정리된 뒤 발표하느라 늦어진 것이다. 북한 순항미사일을 탐지하는 감시·정찰 자산에 레이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자산이 있다. 레이더로 사전 탐지하는데 한계가 발생할 경우 다른 자산으로 보완 탐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북한이 최근 잇달아 쏘고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어떤가. 요격이 가능한까? 군 당국은 지난해 남북 미사일 전력을 비교한 자료까지 내며 “패트리엇으로 북한의 신형 미사일을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북한이 최근 1년 내에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북한판 에이태킴스, 초대형 방사포는 모두 하강 단계에서 거의 수평으로 비행한 다음 급상승(풀업·Pull-up)하는 등의 요격 회피 기동을 한다. 포물선 궤도로 하강하는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 비행 경로를 다르게 설계해 한국군이 구축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물론 요격 회피 기동의 맹점은 있다. 요격을 회피하기 위한 수평 비행 과정에서 공기 저항으로 비행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맹점이다. 속도가 느려지면 요격도 쉬워진다. 요격 회피 기동이 오히려 요격을 쉽게 하는 양날의 검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북한이 한국군 요격하기 좋으라고 속도가 느려지는 수평 비행 구간을 길게 설계하겠는가. 요격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가능한 짧게 설계할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어느 구간부터 수평 비행을 할지 예측이 불가능하게끔 미사일 마다 수평 비행 고도를 달리 설계해 혼란을 주려할 것이다. 북한이 실전에서 미사일을 쏠 경우 ‘나 잡아봐라’하면서 일부러 천천히 뛰어가는 식으로 쏘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군 당국은 요격을 자신하며 요격 회피 기동 시 미사일 속도가 오히려 느려진다는 점을 대표적인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접근이다.”
- 그렇다고 군이 “우리 사실 다 못 막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하면 관련 데이터를 최대한 확보해서 요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야 맞다. 무턱대고 다 요격할 수 있다면서 지나친 낙관론을 펴는 건 정반대로 모두 요격할 수 없다고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 미사일은 정치적으로 봐선 안 된다. 기술적으로 냉정하게 봐야 한다. 군 당국은 마치 어차피 전쟁은 안날 것이고 요격 무기를 실전에서 검증받을 일은 없을 테니 일단 마구 말하고 보는 듯하다.”
- 요격이 어렵다면 북한이 최근 개발 중인 단거리 탄도미사일 3종 세트를 실전 사용하면 우리는 맞을 수밖에 없나.
“현실적으로 그렇다. 북한이 한국군이 요격하기 좋으라고 딱 한 개 종류의 미사일만 그것도 요격하기 좋은 속도로 쏘겠는가. 실전에선 3종을 동시에 쏘는 식으로 무차별 공격해 요격을 포기하게 만들 것이다. 요격을 한다는 건 피해를 최대한 줄이자는 것이지 피해가 하나도 없도록 모두 막는다는 뜻은 아니다. 요격 작전을 그나마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적의 미사일 관련 데이터가 최대한으로 축적돼있어야 하는데 군 당국이 최근 1년간 북한이 발사한 대남 타격용 단거리 탄도미사일 관련 데이터를 그만큼 확보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군은 기술적 의미에서 ”막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미에서 ”막을 수 있다“고 선언하는 듯 하다.”
-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최근 북한이 지난달 21일 시험발사한 ‘북한판 에이태킴스’ 탄도미사일을 두고 비행거리가 410km 일 때 500kg 이상의 핵탄두 탑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실제 이 미사일에 사용된 로켓모터가 뭔지는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어 정확히 모르지만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저각 발사하고 회피 기동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무게 650kg 탄두 탑재 시 최대 407km(정점고도 48km)를 날아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무게 기준 1000kg 이하)가 어디까지 진전됐는지는 정확치 않지만 이미 600kg 이하로 소형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기초하면 지금도 충분히 탑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외관이 짧고 뚱뚱한 점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는데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다만 실제 전쟁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한 북한판 에이태킴스를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핵무기는 실전용이라기 보다 억제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앞서 언급했듯 대남 실전 사용 시엔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뒤 3종을 마구 섞어 쏠 가능성이 크다.
- 북한의 최근 1년간 미사일 기술 진전에 대해 종합 평가를 한다면?
”북한이 지난해 5월 도발을 재개한 이후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3종을 속속 내놓자 대부분 ‘북한이 1년 만에 엄청난 기술 진전을 이뤘구나’라고 생각하더라. 그런데 북한은 10년 전부터 최근 단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의 기반이 되는 고체추진제 개발에 사활을 걸어왔다. 이미 10여 년 전에 고체연료 미사일 KN-02를 개발했고 이를 계기로 기습 타격에 한층 유리한 고체연료 미사일로 북한 미사일 라인업을 죄다 교체하고 있다. 오랜 연구의 결실을 최근 1년 내에 한꺼번에 거두는 것뿐이다. 그것이 러시아나 중국 미사일을 들여와 이를 역설계하는 식으로 사실상 베낀 것이든 아니든 북한은 주어진 조건 안에서 무서운 속도로 미사일 기술을 진전시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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