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사전 투표율이 역대 최대(26.7%·1174만2677명)를 나타내면서 지상파 방송3사가 진행하는 출구조사 정확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장에서는 유권자 4명 중 1명에 달하는 투표자가 출구조사 표본에서 제외돼 정확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과 데이터를 보정하기 때문에 출구조사 정확도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결과에 따라 각 방송사들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출구조사 유지를 놓고 고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방송협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라 자가격리자 투표 시간을 감안해 방송3사 공동출구조사 공표 시각을 오후 6시15분으로 늦췄다. 각 정당 의석수 예측 및 제1당 예측 결과는 오후 6시25분 이후, 당선자 예측은 오후 6시45분 이후 인용보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총선 출구조사는 신뢰도를 두고 낭패를 보기도 했다. 18대 총선은 방송3사가 제1당을 모두 맞추지 못했고, 19대 총선은 민주통합당(옛 더불어민주당) 의석수 예측을 모두 틀렸다. 20대 총선은 의석수 확보 예상범위를 크게 늘려 제1, 2당 의석수를 겨우 맞췄다.
유독 사전투표율이 높은 이번 총선의 출구조사를 맞추기 더욱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출구조사는 ‘선거일’에 투표소로부터 50m 밖에서 할 수 있다. 사전투표로 인해 전례 없이 많은 응답자가 표집 대상에서 제외돼 출구조사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것. 예를 들어 사전투표에 응한 유권자가 여권 혹은 야권에 쏠려 있을 경우 특히 박빙 지역에서 출구조사가 실제 결과와 다를 수 있다.
출구조사를 진행하는 지상파 3사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와 조사에 참여하는 여론조사 업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EP 측은 “몇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노하우와 데이터가 쌓여 최종 결과 예측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다수의 선거를 거치며 선거구 경향성 및 인물에 대한 평가 등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보정해 출구조사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 여론조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 선거에서의 사전투표율, 세대별 투표율 등을 고려해 보정 값을 적절히 반영하면 조사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여론조사 업체들이 보정 값을 산출하려면 사전투표자 대상 여론조사를 다시 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한 방법”이라며 “사전투표자와 본 투표자의 성향 차이를 분석할 수 없어 결과를 제대로 맞추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전투표와 본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인구구성이 비슷하다는 전제라면 출구조사가 빗나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총선은 적극적 투표층이 대거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본 투표와 사전투표 인구구성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어 출구조사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결론적으로 높은 사전투표율이 출구조사의 변수가 된 것은 맞지만 사전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성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단언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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