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하루 앞둔 14일 여야는 마지막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힘을 쏟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안정 의석을 확보하게 도와 달라”고 강조했고, 미래통합당은 여당의 정권안정론을 비판하며 “‘코돌이’들의 국회 입성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 민주당 “과반수 미달 시 공수처법 백지화”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원내 1당과 과반수 의회를 구성하면 야당이 발목 잡기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출마한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에서 펼친 이날 마지막 유세에선 “(의석) 과반수를 못 넘기면 미래통합당에 발목 잡혀서 어렵사리 통과시킨 공수처법안이 백지화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도 이날 종로 유세에서 “국가적 위기 앞에서 국정 혼란은 큰 재앙”이라며 “(민주당에) 안정 의석을 주시도록 국민 여러분께 간절히 호소드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박성준 후보(서울 중-성동을) 지원 유세에서도 “재난을 재앙으로 키우지 않고 빨리 수습하고자 한다면 집권 여당이 안정적 의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총선 직후 국난극복위원회를 더 자주 가동해 코로나19 조속한 퇴치, 경제 회복을 위해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목표로 내세우면서도 ‘오만 프레임’은 끝까지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대책회의에서 “과신은 금물이고 오만은 패망의 지름길”이라며 “모두 자중자애하고 진인사대천명 자세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도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180석 낙관론’에 대해 “꿈인 숫자고 전혀 생각해 본 바가 없다”고 자세를 낮췄다.
민주당은 통합당을 향한 견제구도 잊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이상헌 후보(울산 북) 선거사무소에서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과반을 얻을 수 있다고 큰소리쳤던 통합당이다. 일주일 만에 어떻게 그렇게 태도가 바뀌냐”며 통합당의 ‘엄살론’을 비판했다.
○ 김종인 “지금 이 나라의 장래가 너무 한심하다”며 울먹여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14일 오후 서울 광진을 유세에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전날 “고민정 후보가 당선되면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탄돌이’가 ‘코돌이’를 지원하려고 온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돌이는 청와대에서 나온 돌격대다. 돌격대들이 국회에 들어가면 나라 경제는 더 나락에 빠지고 대한민국의 질서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04년 ‘노무현 탄핵안’ 통과의 역풍으로 국회에 대거 입성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탄돌이’라고 불렀던 것에 빗대 여당이 강조하는 코로나19 극복론으로 청와대 출신 후보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앞서 서울 구로을 유세에서 김 위원장은 집권세력을 ‘도둑 떼’로 표현하며 맹비난했다. 그는 “도둑 떼가 검찰을 때려 부수려고 하는 나라가 지금 대한민국”이라며 “이번 선거야말로 국민이 죽느냐 사느냐를 스스로 결정하는 날이자 조국으로 대표되는 가짜 정의, 가짜 공정을 심판하는 날”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밤 부인(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과 함께한 종로 유세에선 “나이가 여든인 제가 왜 이 선거에 뛰어들었겠냐. 이 나라의 장래가 너무 한심해 보여서…”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 합류 후 첫 유세를 한 서울 도봉구를 다시 찾아 선거운동을 마무리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나라를 망쳤는데도 (범여 의석이) 180석이면, 이 나라의 미래는 절망”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민노총, 전교조, 편향적 시민단체들이 완장 차고 더 득세하는 세상이 되고 사회주의와 연방제 통일을 가슴에 품었던 세력들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개헌까지 시도할 것”이라며 “절대권력 폭주를 견제할 힘을 달라”고 했다. ‘친조국 세력’의 ‘좌파 독재’를 막아 달라는 메시지를 마지막 카드로 꺼낸 것이다.
황 대표는 또 자신의 공약인 ‘세금 감면’을 다시 한 번 약속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권 3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금 폭탄이 떨어졌다”며 “국민 세금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날 밤 자신의 모교인 성균관대에서 선거운동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신발을 벗고 맨땅에서 큰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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