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도전 민생당 김동철 의원과 리턴매치서 설욕
전남대 총학 간부 시절 전남대 최초 '오월제' 주도
외국인노동자, 독거노인, 비정규직 10여년째 인술
'강한 여당'과 함께 민생에 답하는 '진짜 정치' 약속
“절망과 고통의 현장을 배신하지 않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답이 없으면 부여잡고 눈물이라도 흘리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2014년 4월, 국가도 없고, 정치도 실종된 ‘세월호 참사’를 보고선 ‘단 한 뼘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면 헌신하겠다’며 정치에 뛰어든 반백의 현직 의사가 세월호 참사 6주기를 하루 앞두고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마을공동체 주치의’라는 애칭을 지닌 더불어민주당 이용빈(55) 당선인.
20대 총선에서 풀뿌리 호남 인재영입 1호로 광주 광산갑에 출마, 2만6300표(득표율 34%)로 고배를 마신 그는 와신상담 끝에 15일 21대 총선에서 5선 도전에 나선 민생당 중진 김동철 의원과 정의당 나경채 전 공동대표, 민중당 정희성 현 공동대표 등을 누르고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김 의원과는 4년 만의 리턴매치에서 설욕한 셈이다.
광주·전남만 놓고 보면 ‘학생운동권 출신 의사 국회의원 1호’다.
직업군인의 아들로 광주에서 태어난 그는 냉전체제와 석유파동, 박정희 사망, 신군부 등장과 광주항쟁으로 상징되는 격동의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자연스레 사회 변혁을 꿈꿨다. 지배층 수탈에 맞서 궐기한 농민·천민 등 반란군의 삶이 담긴 동학과 동학사상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窓)이었고, 변혁과 생명, 평화운동의 원천이었다.
“사람을 살리면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며 다니던 육군사관학교를 9개월 만에 자퇴한 뒤 전남대 의대에 진학한 그는 의대 학생회장을 거쳐 6월 항쟁이 있던 1987년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으며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섰다. 전남대 최초로 5·18기념행사인 ‘오월제’를 앞장서 추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싶다”며 본과 1학년 진학도 일부러 미뤘다.
졸업 후 사회 변혁을 위한 제3의 길을 찾고 싶었던 그는 공동체 안에서 의사라는 정체성으로 사명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한 뒤 ‘마을 주치의’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가정의학과의사회 결성과 독거노인 주치의 맺기 운동, 외국인노동자 건강센터 설립은 이타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그래서 ‘광주의 슈바이처’로 불릴 만한 뜻 깊은 성과들이다.
특히 그는 노예적 노동에 뼈가 부서지고 온몸이 아파도 끙끙 앓으며 숨죽인 채 살아갈 수 밖에 없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그만의 방식으로 10여 년 간 말없이 인술을 펴 왔다. 평일엔 건강보험증이 없어도 내국인과 똑같이 소액만 받고 진료를 펼쳤고, 주말엔 어김없이 의료봉사단과 함께 20여 개국, 60~80명 이주노동 환자들을 살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가 주도하는 ‘틔움키움네트워크’ 운동과 비정규직 노동자건강 돌봄사업도 맥을 같이 한다.
2013년 광주전남직접민주연구원 공동대표를 맡아 시민주권과 직접민주주의 신장을 위한 담론을 확장해가던 그의 노력은 ‘시민플랫폼 나들’로 구체화됐고, 이듬해 세월호 참사는 그를 현실정치로 초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런 그를 2016년, 총선 후보로 전격 영입했고, 이 당선인은 출마선언문을 통해 “정치를 자영업 삼아 이권을 챙기는, 부당거래를 척결하겠다” “풀뿌리활동에서 축적한 정의로운 신념으로 감동정치를 펴겠다” “삶의 현장에 더 아래로 스며들어 위대한 평민들을 위한, 시민·주권자·광주정치의 완성판을 만들어내겠다”고 맹약했다.
결과적으로 낙선했지만 당과 함께 민심의 회초리를 달게 받았다는 생각으로 그는 다시금 새로운 정치의 상을 고민해 왔고, 그 결과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의 주역으로 인정받아 4년 만에 총선에 재도전, 경선 재심이라는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됐다.
늘 ‘낮은 곳’을 지향하며, 죽산(竹山) 조봉암 선생을 존경하고, 손칼국수와 자전거를 자주 먹고 즐겨 타는 이 당선인.
“숙의와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치를 할 것이며, 탐욕의 정치와 욕 먹는 정치를 배격하겠다. 마을에서 품었던 맑은 뜻을 늘 가슴에 품은 채 ‘강한 여당’과 함께 민생에 답하는 ‘진짜 정치’를 펼치겠다”는 게 그의 초심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