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에도…28년 만에 국회의원 선거 최고 투표율,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5일 2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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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일인 10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 사전투표소인 풍남초등학교 강당에서 한 유권자가 비닐장갑을 착용한 채 투표를 하고 있다. 2020.4.10 /뉴스1 © News1
4·15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일인 10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 사전투표소인 풍남초등학교 강당에서 한 유권자가 비닐장갑을 착용한 채 투표를 하고 있다. 2020.4.10 /뉴스1 © News1
21대 총선이 28년 만의 국회의원 선거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20대 대선을 2년 앞둔 전초전이라는 성격이 반영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권 안정론’과 ‘정권 심판론’을 띄운 각 정당들이 총력전에 나선데 따라 총선 막판 진영 결집 현상이 나타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오히려 투표율이 크게 올라간 것이다. 사전투표 안착이라는 제도적 요인 역시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 됐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잠정 집계한 21대 총선 투표율 66.2%는 20대 총선(58%)과 비교하면 6.8%포인트 오른 수치다.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수는 469만6891명, 즉 부산과 울산 전체 인구를 합한 것보다 많은 유권자가 투표에 더 참여한 것이다. 21대 총선 투표율은 이명박 정부 초기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돼 유권자들의 관심이 적었던 18대 총선 투표율(46.1%)과 비교하면 20.1%포인트 높다.

17대 총선(2004년·60.6%)에서 가까스로 투표율 60%를 넘긴 이후 한동안 투표율 60%는 마의 장벽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10, 11일 진행된 사전투표율이 이전 최고 기록의 두 배를 상회한 26.7%를 나타내면서 투표율 60% 돌파의 기대를 키웠다. 그럼에도 투표자가 분산된 것일 뿐 코로나19 전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최종 투표율은 예년과 비슷할 거라는 신중론이 나오는 등 이번 투표율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총선 판세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양당 대결로 흐르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지지자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기세로 집결했다. 정권 견제 심리가 강해진 영남권의 경우 20대 총선과 비교해 21대 총선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아진 곳은 부산으로 12.3%포인트 올랐다. 대구와 경남, 경북, 울산 역시 투표율이 크게 오르며 영남권이 투표율 상승의 핵심지역이 됐다. 이를 두고 정권 견제 심리가 이전 총선에서 침묵했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대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던 것과 달리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이 경합을 벌여 안정론과 심판론이 거센 대결을 할 것으로 예측된 서울과 수도권 역시 투표율이 직전 총선보다 8.3%포인트 상승했다. 실제로 출구 조사에서 경합지역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서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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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이 높게 집계되자 여야는 모두 높은 투표율이 자당 승리를 이끌 것으로 해석했다. 출구조사가 발표되기 전 민주당은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위해 국민들이 힘을 모았다”고 했고, 반면 통합당은 “높아진 영남권 투표율 등을 볼 때 정부를 심판하려는 세력이 모였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전국에서 세게 붙으면서 투표율도 크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투표율을 높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역대 가장 많은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했고, 높아진 사전 투표율을 보면서 ‘동조 효과’로 다른 유권자들도 본투표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일인 선거 당일에 유권자들이 여행을 떠날 수 없었던 점도 투표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유권자들의 사전 투표 관심을 일으켰고, 이 관심은 본 투표로 이어지는 투트랙의 효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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