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은 ‘폭주 견제론’으로 막판 반전을 시도했지만 더불어민주당에 큰 차이로 뒤지는 패배를 당하면서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는 데 실패했다. 황교안 대표는 15일 오후 11시 40분경 개표 윤곽이 드러나자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못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면서 “모두 대표인 제 불찰이고 제 불민이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면서 당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황 대표는 대선 전초전으로 불린 서울 종로에 출마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에게 패했다. 또 당 전체적으론 개헌저지선(100석 이상)은 넘겼지만 2016년 총선과 이듬해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초유의 4연패를 기록하며 당내에선 “뿌리부터 갈아엎거나 해산을 해야 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폭주 견제론도 안 먹혀… 비대위 전환하고 7∼8월 전당대회 예상
통합당은 선거 막판 여권발 과반 가능설이 나오자 ‘폭주 견제론’으로 정권 심판 프레임을 띄웠지만 통하지 않았다. 현 정권의 경제 실정과 국민 여론을 무시한 개혁 추진 등을 부각하며 ‘반문 정서’를 자극하려 했지만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 황 대표는 당초 오후 11시경 선거와 관련된 입장 표명을 하려고 했지만 40분을 지체했고, 그 사이에도 개표 상황은 통합당에 더욱 악화됐다. 황 대표는 “대한민국 정부엔 브레이크가 필요하고 건강한 야당이 꼭 필요하다. 부디 인내를 가지고 통합당에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면서 “일선에서 물러나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제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은 황 대표의 생일이었다.
통합당은 당분간 심재철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 대행을 맡아 새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는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당 쇄신과 7, 8월경 열릴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를 준비하게 된다. 당내에선 공식 선거운동 직전 통합당에 합류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방안과 함께 홍준표 전 대표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등 기존 당 지도부들로 비대위를 구성하는 방안, 아예 새로운 인사를 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황 대표는 당분간 평당원으로 있으면서 1년 뒤부터 본격화할 대선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지 검토할 계획이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선 1년 6개월 전인 올해 8월 이후에 대권주자들은 당 대표를 맡을 수 없다.
○ 黃 리더십 부재와 차명진 ‘막말 논란’이 직격탄
통합당 내부에선 정권 심판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핵심 요인으로 선거 막판 중도층 표심을 날려버린 김대호, 차명진 후보의 ‘막말 파동’과 황 대표의 전략·리더십 부재를 꼽고 있다. 통합당은 올해 2월 말까지만 해도 “지역구 130석과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20석을 더해 과반 의석 달성이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가까스로 보수 통합에 성공한 뒤 영남권 다선들을 대거 용퇴시킨 ‘물갈이 공천’에 따른 기대감이 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정부에 대한 ‘코로나 대처 실패론’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공천 막바지 공천관리위원회 사천(私薦) 논란이 불거지면서 통합당의 공천 프로세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을 둘러싼 한선교 전 대표와 황 대표의 갈등, 6개 지역구 공천에 대한 황 대표의 ‘막판 뒤집기’ 등이 이어지면서 물갈이 공천으로 얻은 점수를 상당 부분 잃었다.
특히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황 대표의 ‘n번방’ 발언을 시작으로 김대호 후보의 3040세대 비하,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유족 성적 비하 발언이 잇따라 터지면서 당 지지율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 사이 당 자체 분석에서도 선거 막판 수도권 지지율이 4∼5%까지 내려앉아 많은 지역구가 열세로 뒤집어졌다. 당내에선 “리더십 부재와 막말 참극으로 끝난 총선”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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