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인 분석 놓고 "막말, 공천파동" 지적
"민심 잘 살펴 성찰하고 쇄신하겠다"
지도부 비판도…"무대책, 무개념, 헛발질"
21대 총선에서 민심으로부터 역대급 참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미래통합당은 선거 다음날에도 ‘몰패(沒敗)’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지만, 당 일각에선 자성과 쇄신을 요구하면서 지도부 교체론의 움직임도 비등했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잠정 집계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의석수는 84석,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19석으로 형제 정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간신히 개헌 저지선을 넘는 103석이 된다.
역대급 참패의 주원인인 수도권 가운데 서울 49석 중 텃밭 ‘강남벨트’에서만 간신히 8석을 건졌을 뿐, 다른 지역구에선 모두 전패했다. 경기 59곳 중 7곳, 인천 11곳 중 1석만 당선자를 배출했다. 부동층이 많고 전체 의석의 절반에 가까운 121석이 걸린 최대 승부처 수도권에서 16석만 획득하며 민심의 냉혹한 심판을 받은 것이다.
당 내부에선 막판 선거를 앞두고 쏟아진 막말 파문과 공천 파동,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선거 전략 부재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민주당의 4선 김부겸 의원을 제쳐 TK(대구·경북) 수성에 성공한 주호영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출발새아침’에 출연해 패배 원인을 두 가지로 꼽았다.
주 의원은 “저희들이 공천이 너무 늦었다. 특히 수도권이 민주당 의원들이 많이 있는 지역이었고, 민주당은 이미 1여 년 전에 70~80% 이상 공천에 버금가는 선거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며 “저희들은 막판에 너무 늦게, 한 40일을 남겨두고 지역에서 컷오프된 의원들을 데리고 가기도 하고, 준비가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 막판에 드러난 저희들의 공천을 둘러싼 잡음, 막말 파동 때문에 표를 많이 잃은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주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인터뷰에서도 “탄핵 이후 세 차례 큰 선거에서 실패를 했는데 당을 완전히 환골탈태하는 쇄신이 없었다”며 “그러니까 아직도 우리 당에는 탄핵 당한 당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것들이 겹쳐서 이런 결과가 왔다”며 참패 원인을 짚었다.
통합당 의원들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SNS에 ‘반성문’을 올렸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 “저희들이 크게 부족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보수의 책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했다”며 “더 성찰하고, 더 공감하고, 더 혁신하겠다”고 다짐했다.
하태경 의원은 “민심을 잘 살펴 성찰하고 쇄신하겠다”며 “미래통합당이 국민의 마음 얻는데 부족했다. 국민의 뜻 잘 받들겠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장제원 의원은 “국민을 하늘처럼 받들고 섬기겠다. 더 성숙한 모습으로 엄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고, 오신환 의원도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신보라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당의 최고위원으로서 수도권 선거패배 등 참담한 결과에 고개가 숙여진다”며 “당원으로 돌아가 무겁게 책임느끼며 정진하겠다”고 쇄신 의지를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졌다.
김재경 의원은 황교안 전 대표·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목하며 “이번 선거 패배의 책임이 그 직에서 물러나는 정도로 무마되어서는 안 된다. 당신들이 그렇게 걱정하던 나라와 국민들 당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며 “탈당! 정계은퇴! 아니 그 이상의 엄중한 책임을 져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박인숙 의원도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쌩쑈’에 가까운 헛발질, 갑자기 아무나, 아무데나 선거 직전에 내리꽃는 공천과정에서 보인 오만의 극치 등등 너무나도 많은 실책을 범하였다”며 “이번 총선 결과는 이러한 미래통합당에 내린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래통합당 지도부의 실수, 무대책, 무개념, 무감수성, 헛발질, ‘자살골’ 등을 안타까워하면서 속수무책 바라만 보고 걱정만 했던 많은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지금 극심한 멘붕상태에 빠져있다”고 했다.
통합당의 선거사령탑 역할을 했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총선 결과 관련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에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얻기에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을 인정한다.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의 마음을 잘 새겨서 야당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당에 쇄신을 주문했다.
이에 앞서 전날 밤 전격 사퇴한 황교안 대표도 긴급 기자회견에서 “미래통합당은 수년간의 분열과 반목을 극복하고, 산고 끝에 늦게나마 통합을 이루었다. 그러나 화학적 결합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황 대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못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우리 당이 국민께 믿음을 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며 “모든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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