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의 압승으로 여권은 행정부에 이어 입법부 권력까지 장악하게 됐다. 180석이라는 유례없는 의석수에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정부의 위기 극복에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5월 말 문을 여는 21대 국회에서 각종 개혁 입법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 슈퍼 여당, ‘슈퍼 패스트트랙’ 추진도 가능
‘슈퍼 여당’으로 변모한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강력한 입법 권한을 행사할 준비에 나섰다. 당장 여권에서는 ‘국회 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330일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기간을 270일 정도로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야당이 반대해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을 확보한 민주당은 단독으로 이 ‘슈퍼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이 논의는 문 대통령의 잔여 임기와도 관련이 있다. 청와대는 “사실상 입법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은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본다. 21대 국회는 5월 말 문을 여는데, 2021년 여름부터는 2022년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1년 안에 개혁 입법을 처리해야 하는데 입법까지 330일이 걸리는 건 너무 길다”는 논리다.
과거 야당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무력화될 수 있다. 국회 임명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임명동의안 역시 민주당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 시작은 ‘코로나19 입법’, 개헌 가능성도 타진할 듯
청와대는 민주당이 주도권을 쥔 21대 국회에서 우선 코로나19 관련 입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 시스템 개편을 위한 관련 법안과 근로기준법 등 고용 관련 법안이 1순위로 꼽힌다. 또 통합경찰청법,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사회적경제기본법 등도 민주당의 입법 리스트 상위에 올라 있다.
권력구조 개편을 담은 개헌안이 거론될지도 관심이다. 한 여당 의원은 “현 의석으로는 단독 개헌은 어렵지만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이 많아 범진보와 일부 야당표를 모으면 이번 국회에서는 개헌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2018년 3월 대통령 자체 개헌안을 발의했을 만큼 개헌에 큰 의지를 갖고 있다.
다만 국가보안법 철폐 등 첨예한 이슈에 대해서는 여권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2022년 대선이라는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004년 총선에서 이긴 뒤 국보법 폐지 등을 놓고 홍역을 치렀던 열린우리당의 경험이 여전히 강렬하기 때문에 이번 승리에 취해 무턱대고 급가속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으로 강력한 입법 권한을 갖게 되면서 국정 운영의 책임을 모두 짊어지게 됐다는 점도 여권이 몸을 낮추는 배경이다. “야당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변명은 더 이상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文 “큰 목소리에 가려졌던 진정한 민심 보여줘”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께서 선거를 통해 보여주신 것은 간절함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간절함이 국난 극복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셨다”고 말했다. 또 “국민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겠다”며 “그리고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큰 목소리에 가려져 있었던 진정한 민심을 보여주셨다”며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 등 보수 야권도 겨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큰 목소리’에 대해 “(통합당의) 막말이라든지 여러 가지 선거판을 뒤덮는 목소리들이 있었으니 선거 과정을 복기해보면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의 중간평가였던 4·15총선에서 여권이 승리하면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등으로 중단했던 대북 정책도 다시 시동을 걸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한 일관된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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