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거둔 압도적 승리는 서울 지역으로 국한지어 보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민주당은 서울 전체 49개 지역구 중 △용산 △강남갑·을·병 △서초갑·을 △송파 갑·을 등 8개 지역구를 제외한 41개 지역구를 차지했다.
종부세 확대 등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에 반발해 온 강남3구와 용산 지역 유권자들만 정부심판론에 힘을 실어주며 마치 ‘핑크색 외딴섬’처럼 되어 버린 것. 20대 국회 때만 해도 새누리당은 강남 벨트 외에도 강서을, 강북갑, 도봉을, 중-성동을 등에서 골고루 의석을 확보했지만 이번에 통합당은 이 지역을 고스란히 민주당에 내어줬다.
민주당은 제19대 총선에서 전신인 민주통합당이 서울에서 30석을 얻었고 20대에선 35석, 이번에 41석으로 의석수를 늘렸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제19대에서 전신인 새누리당이 16석을 차지한 이후 20대에선 12석으로, 이번 21대에선 8석으로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줄었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서울 지역구를 갈라 먹으면서 제3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는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20대 총선에선 제3당인 국민의당이 2석을 가져갔고, 19대 때는 통합진보당이 2석을 차지했다. 여권 관계자는 “21대 총선은 제3의 선택지 없이 여느 때보다 강력한 진영 대결 구도 속에 치러졌고 결국 통합당이 민주당에 밀리면서 한 자릿수까지 서울 의석수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선거구별 표심에 따르면 양당의 대선주자급이 맞붙었던 종로는 이전에 비해 진보 성향이 더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민주당 이낙연 당선자를 이긴 곳은 종로구 전체 17개 동 중 보수세가 강한 평창동과 사직동 2곳뿐이었다. 19대 선거에서 평창동 외 4개 동에서 승리했던 새누리당은 20대 선거에선 평창동과 사직동 두 곳에서 100표 안팎 차로 이겼고 이번에는 그 격차를 62표 차(사직동)로 더 좁혔다.
2017년 재개발로 2500가구의 ‘경희궁 자이’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처음 집계된 교남동 표심도 민주당을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찌감치 경희궁 자이에 전셋집을 구하는 등 동네 표심을 적극 공략한 이 당선자가 3406표로 2599표에 그친 황 전 대표를 앞섰다.
18대 총선부터 내리 보수 정당이 지켜 온 동작을에는 민주당 이수진 당선자가 8381표 차로 통합당 나경원 후보를 앞섰다. 나 후보는 재개발로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선 흑석동을 제외하고는 모든 동네에서 이 당선자에게 밀렸다. 통합당 관계자는 “최근 2, 3년 새 신축 아파트 입주자들이 늘면서 인구 구성비가 대거 바뀐 흑석동을 제외하고는 나 후보가 내건 ‘강남 4구 동작’ 공약 및 슬로건에 대한 반응이 약했다”며 “1인 가구 밀집 지역인 상도동을 비롯해 사당동 일대에서도 나 후보가 모두 밀렸다”고 했다.
반면 2018년 송파구에 들어선 9510가구 ‘헬리오시티’의 표심은 통합당 배현진 당선자에게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배 당선자는 헬리오시티가 위치한 가락1동에서 9581표를 얻어 3100표 이상 차로 민주당 최재성 후보를 눌렀다. 배 당선자는 합쳐서 1만 가구가 넘는 잠실엘스와 잠실리센츠 등 고가 신축 아파트들이 밀집한 잠실2동에서도 3000표 가까이 표 차를 벌렸고, 레이크팰리스와 잠실트리지움이 위치한 잠실3동에서는 최 후보의 두 배 가까이 득표했다.
16일 새벽까지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던 광진을에서는 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민주당 고민정 당선자를 전체 7개 동 중 3개 동에서 이기고도 2000여 표 차로 벌어진 사전투표에서 밀려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당 차명진 후보의 ‘막말 파동’ 직후 치러진 사전투표에서 부동층 상당수가 민주당으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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