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180석 압승’ 숨은 공신 임종석…“마음의 빚 내려놓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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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4월 17일 05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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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 투표가 시작된 10일 오전 서울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투표하고 있다. 2020.4.10/뉴스1 © News1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 투표가 시작된 10일 오전 서울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투표하고 있다. 2020.4.10/뉴스1 © News1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내고 정치권으로 돌아갔으나 “원래 자리로 돌아가겠다”며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다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모습을 드러내고 직함은 없지만 ‘선대위원장’급으로 전국 팔도를 누볐다가 다시 홀연히 사라졌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4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구 후보의 지원유세를 마지막으로 총선 지원유세를 마쳤다. 그는 14일 당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덕분에 행복했다”라며 “4월16일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감사하다”라는 SNS 메시지를 끝으로 다시 정치권에서 모습을 감췄다.

임 전 실장 측에 따르면 그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간다는 계획이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임 전 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은 2017년 5월10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돼 1년9개월 동안 문 대통령을 보필했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청와대 관계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이끌었고, 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세 차례 성사시키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둬 ‘거물급 인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1월 청와대를 나온 임 전 실장은 서울 은평구에서 종로로 이사하고 주소지를 이전하면서 종로 출마를 위한 사전 행보로 한때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SNS에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라며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글을 남기고 돌연 정계 은퇴를 발표했다.

임 전 실장의 은퇴는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총선 전략 ‘브레인’을 맡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나 측근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홀로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비가 와서 결행했다’는 말이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이는 와전된 것으로, 복수의 측근들에 따르면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의 지역구 정리 문제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온 것이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당의 큰 어른이자 대선배인 정 전 의장과 대립 구도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먼저 결단을 내리고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통일 문제’를 민간영역에서 외연을 확장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임 전 실장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도 (출마) 생각도 있었으나 결정한 상태는 아니었다”라며 “당시 여러가지 상황을 봐서 ‘이번에는 좀 저축해 둔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랬던 그가 약 두 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정강정책 방송연설의 첫 연설자로다. 이해찬 대표·이인영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임 전 실장의 ‘역할론’을 띄웠고,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역시 힘을 실었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은 당의 ‘공동선대위원장’ 제안을 끝내 고사했다. 대신 당의 승리를 위해 선거운동을 돕기로 했다.

임 전 실장 측 한 관계자는 “선거 걱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계속) 침묵하는 것도 예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선거를 처음 도전하는 분들에게 우리가 가진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경선준비나 예비후보들에게 임 전 실장이 가서 소주잔이라도 한 잔 부딪혀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임 전 실장은 공식 선거운동 개시 전 전남 목포와 강원 속초 등 후보자들을 만나 ‘선거 경험자’로서 조언을 하고 홍보에 적극 나섰다.

임 전 실장이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연이 있는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서울 광진을·당선)과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경기 성남중원·당선)이 임 전 실장에게 유세 지원을 요청해왔다.

임 전 실장은 고 전 대변인과 첫 유세로 당초 출근길 인사를 하는 것을 계획했으나 취재진이 몰리는 바람에 유세차 지원으로 변경했다.

잠행을 깨고 선거지원 전면에 나선 임 전 실장에 관심이 쏠리자 전국에서 지원요청이 쏟아졌다. 여기에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임 전 실장에게 많은 곳을 가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전국 지원유세가 시작됐다.

임 전 실장은 공식선거운동 기간인 2일부터 14일까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광주, 전남, 충남, 강원, 충청, 포항과 대구 등에서 지원유세를 펼쳤다.

흰머리가 성성한 소박한 ‘이웃집 아저씨’ 모습으로 셀카요청에 환하게 웃으며 응하면서도 빼곡한 스케줄을 소화했고 직함만 없는 사실상의 선대위원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 9일 일찌감치 사전투표를 마친 임 전 실장은 선거 당일인 15일부터는 다시 언론에서 모습을 감췄다.

임 전 실장은 선거 당일 자택 인근에서 지인들과 함께 개표방송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180석 ‘압승’이라는 이번 총선 결과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임 전 실장 측은 “임 전 실장은 마음의 빚을 조금 내려놓은 느낌이고, 오히려 숙제를 한 느낌일 것”이라며 “아쉬운 것도, 서운한 것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TK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하지 못한 점, 호남과 영남이 극명하게 갈린 결과에 대해 복잡한 마음도 드러냈다고 한다.

평생의 숙원인 통일운동을 위한 마중물을 놓겠다며 제도권 정치를 벗어난 임 전 실장을 정치권이 언제까지 놓아둘지, 이번 총선으로 ‘마음의 빚’을 청산한 임 전 실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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