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8일 통화를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인도적 대북지원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장기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압승으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 구상이 힘을 받게 된 가운데 청와대는 남북미 방역협력 가능성에 대해 “북한의 전향적인 판단이 중요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 대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계기로 대화 모멘텀을 만들기 위한 대북협력 제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4·27 판문점 선언 앞두고 대화 재시동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따뜻한 편지가 왔다’고 먼저 꺼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언급 이후 한미 정상은 한반도 정세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노력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북 관여를 높이 평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당연한 것이라면서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등을 방역협력을 고리로 북미 대화를 비롯한 남북미 3각 대화까지 모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4·27 판문점 선언 2주년 기념사를 통해 방역 물자 지원 등을 비롯한 추가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국면 전환을 위해 북미 대화를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않다. 여권 관계자는 “코로나19 국면이 길어지면서 북한도 지원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총선에서의 압승, 미국 대선, 북한 상황 등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을 위한 3박자가 맞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직 북한은 한미의 방역협력 제안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선 대북제안, 방역협력 제안 및 인도적 지원 원칙 재확인하는 정도에서 대화가 나왔다”며 “(방역협력은) 북한이 어떤 전향적 판단을 할지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했다.
● 文대통령에 “내 친구” 추켜세운 트럼프, 방위비는 언급 안해
이날 한미 정상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한국산 진단키트를 요청한 전화 통화 이후 한달 사이 두 번째 한미 정상통화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향해 ‘내 친구’라는 표현을 썼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제안을 한 것은 한 가지 목적이다. 총선 결과에 대한 축하였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가지 레토릭을 붙여서 축하한다는 표현을 통화 내내 자주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 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의 보고를 받고 21대 국회 정당별 의석 수가 표시된 그래픽에 ’축하합니다. 대단한 승리(great win)‘라고 자필 서명과 축하 메시지를 적은 사진도 공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백악관이 이 사진을 주미 한국대사관에 전달해왔고 그 이후 통화가 이뤄졌다”고 했다.
다만 이날 통화에선 한미간 최대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선 “방위비의 ’방‘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제안한 최소 13% 인상안을 거절하면서 장기전을 예고한 상황이다. 지난달 통화에서 한국의 진단키트 지원을 요청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통화에선 “미국이 요새 산소호흡기 공급이 잘되고 있다는 얘기 들었느냐”며 반대로 한국에 대한 산소호흡기 지원 의사를 묻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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