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오후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기존 입장을 정부 측에 재차 강조했다. 여야 모두 총선 과정에서 공약한 만큼 정부가 제출한 기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증액해 소득 하위 70%가 아닌 전체 가구에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선거에서 워낙 대승을 거뒀기 때문에 당의 요구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여야가 100% 지급에 합의한 만큼 정부도 여기에 따라올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여야 합의로 공을 넘긴 가운데 여전히 70% 지급안을 고수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이 남은 상태다.
당초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예산을 2차 추경 7조6000억 원에 지방비 2조1000억 원 등 총 9조7000억 원 규모로 잡았다. 민주당 주장대로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가 아닌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 예산 규모는 13조 원으로 늘어난다. 민주당은 지출 조정 및 국채 발행 등을 통해 3조∼4조 원을 추가로 마련하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날 협의회에서 기재부는 재난지원금 대신 이번 주 발표될 고용대책에 예산을 더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기재부도 돈을 안 쓰겠다는 게 아니라, 재난지원금이 아닌 실업대책에 더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고 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선거 다음 날인 16일 추경안 관련 브리핑에서 “소득 하위 70%라는 지원 기준은 정부가 재정 여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라며 “그 기준이 국회에서 그대로 유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 내부적으로는 당 요구대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전 국민으로 확대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구조조정이 가능한 세출 사업 목록 등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 안팎에선 ‘100% 지급’이란 틀은 유지하면서 정부가 낸 추경안 액수에 맞춰 인당 지급액을 낮추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당 정책실 관계자는 “기재부는 소득 하위 70% 기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 협의 과정에서 인당 지급 액수가 줄어들 수는 있다”고 했다. 다만 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100만 원 주겠다고 공약해 놓고는 선거 끝나고 70만 원만 주겠다고 말을 바꾸면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했다.
선거 참패 여파로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 상태가 된 것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국면에서 황교안 전 대표는 국채 발행 대신 예산 지출항목 조정 등을 통해 전 국민으로 지급 대상을 확대해 1인당 50만 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선거 직후 황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대상 및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당론을 모으지 못한 상태다.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장제원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기존 정부안대로 하위 70%에만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앞으로 여야 간 견해차를 둘러싼 난항도 예상된다.
이날 통합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적 경제위기 대응특위’ 설치를 주장하며 황 전 대표의 전 국민 지급 공약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제안했던 예산 재구성을 통한 100조 원 규모 재원 마련 방안을 특위에서 심의할 것을 제안하며 “국가 재정건전성을 고려할 때 국채 발행까지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예결위 통합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도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국채를 발행해 나랏빚을 늘리는 방식은 반대한다”며 “지원 대상에 대해서도 당내 이견이 있어 20일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총선 후 입장이 서로 바뀐 여야가 합의를 이뤄내 증액을 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변수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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