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코로나 北 지원’ 통화
文대통령 ‘평화 프로세스’ 힘 받고 트럼프 11월 대선 국면전환 절실
남북미 3각 대화 물꼬 틀 수도… 與관계자 “北도 응할 가능성 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통화를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인도적 대북지원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장기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압승으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 구상이 힘을 받게 된 가운데 미 대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계기로 대화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4·27 판문점 선언 앞두고 대화 재시동
한미 정상은 한반도 정세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노력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북 관여를 높이 평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당연한 것이라면서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역 협력을 고리로 북-미 대화를 비롯한 남북미 3각 대화까지 모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4·27 판문점 선언 2주년 기념사를 통해 방역물자 지원 등을 비롯한 추가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국면 전환을 위해 북-미 대화를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코로나19 국면이 길어지면서 북한도 지원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총선 압승, 미 대선, 북한 상황 등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을 위한 3박자가 맞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북한은 방역 협력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며 “좋은 메시지(nice note)를 받았다”고 한 것을 반박하며 신경전에 나섰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외무성 ‘대미협상국’이라는 처음 공개된 조직 명의로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미국과의 줄다리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역 협력은) 북한이 어떤 전향적 판단을 할지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통화에선 방역 협력 및 인도적 지원 원칙을 재확인하는 정도의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 文 대통령에게 “내 친구” 치켜세운 트럼프, 방위비는 언급 안 해
이날 한미 정상의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지난달 25일 한국산 진단키트를 요청한 통화를 포함해 한 달 사이 두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이 총선 압승으로 국정 장악력이 높아진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향후 코로나19 협력, 남북미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향해 ‘내 친구’라는 표현을 썼다”며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가지 레토릭을 붙여서 축하한다는 표현을 통화 내내 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의 보고를 받고 21대 국회 정당별 의석수가 표시된 그래프에 ‘축하합니다. 대단한 승리(great win)’라고 자필 서명과 축하 메시지를 적은 사진도 공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백악관이 이 사진을 주미 한국대사관에 전달해 왔고 그 이후 통화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여당의 압승을 자신의 대선 핵심 선거 전략인 ‘코로나 전시(wartime) 리더십’과 연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날 통화에선 한미 간 최대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선 “방위비의 ‘방’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제안한 최소 13% 인상안을 거절하면서 장기전을 예고한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에 산소호흡기 지원 의사를 나타냈고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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