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2인자 평가 받던 김여정 역할 ‘주목’…北 권력구조 변화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1일 20시 57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병이상설이 20일 확산되면서 북한의 권력 구조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3대 세습을 완성하며 김 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해왔던 만큼 그가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다면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임시 대리’ 역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맏아들이 올해 10살(2010년 출생)이어서 아직 후계 구도를 그리기조차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급속하게 ‘4대 세습’ 움직임을 보이다가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까닭에 김 위원장이 수술 등 신변이상을 이유로 집무를 볼 수 없는 기간에는 김여정이 ‘김정은의 동생’이자 ‘차기 후계 대상인 아이들의 고모’ 역할로 사태 수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을 제외하고 김 씨 일가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김여정이 그간 공개적인 정치활동을 해왔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그간에도 여러 번 있었던 만큼 이미 북한에선 김여정에게 ‘임시 대리자’ 역할을 염두 해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찍부터 김여정은 북한의 숨은 2인자로 평가돼 왔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직접 전달한 게 시작이었다. 뒤이은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 때도 김여정은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오빠를 보좌했다.

김여정은 지난해 북-미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물러났으나 최근 정치국 후보위원에 복귀하며 위세를 재확인했다. 특히 리만건이 올해 2월 조직지도부장에서 해임된 이후 사실상 당의 핵심 중 하나인 조직지도부까지 장악하며 실질적인 권력 확대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조직지도부는 북한의 모든 공안 부서를 관리하고 고위층에 대한 검열권도 갖고 있는 만큼 이미 2인자로의 실권을 쥐었다는 것. 특히 김여정은 올해 들어 개인 담화를 내며 대남 및 대미 관계에도 직접 목소리를 내왔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김 위원장의 신병이상설이 나온 이후 김여정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20일(현지 시간) “(김여정은) 북한 정권의 심장부에 있는 인물”이라며 “스위스 유학 시절 김정은과 김여정은 한집에 살며 공동운명체라는 엄청난 의식이 생겼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여정은 본인 권력보다는 오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조력자였다. 김 위원장의 신병에 이상이 생겼다면 김여정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여정이 김 위원장의 역할을 온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일이 직접 선택한 후계자가 아닌데다가 아직 유교적 문화가 강한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의 지도력에 한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대외적인 상황보다는 대내적인 동요를 막기 위해 김 위원장이 현재 상태를 일부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는 김 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친형인 김정철, 숙부인 김평일이 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은 서방 세계의 도움을 받아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이미 북한 핵심 권력에서 멀어져 있고, 당이나 군부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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