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투 트랙 전략으로 정부와 미래통합당을 동시에 압박하고 나섰다. 원외 인사들은 ‘소득 하위 70% 지급’ 방침을 고수 중인 기획재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고, 당 지도부 등 원내 인사들은 통합당을 겨냥해 “선거 때 약속을 지키라”고 했다. 하지만 지급 범위와 액수를 두고 여당과 야당, 정부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여권 내에선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비판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민주당 원외 인사들은 이날 전 국민 지급 방안에 제동을 걸고 있는 기재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근형 전 전략기획위원장은 라디오에서 “기재부가 정치를 해선 안 된다. 이런 문제는 국회에서 정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전 국민에게 주느냐, 70%에만 주느냐는 논란은 3조 원 정도 차액에 해당하는 돈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인데 기재부가 그걸(70% 지급) 고집한다는 것은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민주당 당선자는 이날 페이스북에 “급한 불을 먼저 끄는 것이 우선이다. 어디에서 끌어온 물인지 따지는 것은 그 다음 문제”라고 썼고, 더불어시민당 김홍걸 당선자도 페이스북에 “그분들이 정말 걱정하는 게 재정건전성인지 자신들의 기득권인지 다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재부를 비판했다.
민주당은 통합당에 대한 압박도 병행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상임위원회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야당이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겠다는 총선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 여야가 한마음으로 합의를 확인한다면 정부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지원금 지급 범위 및 금액 축소 방안에 대해 “검토하지 않는다”며 강경하게 선을 긋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을 중심으로 친문 지지자(문파)들이 민주당의 전 국민 지급안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문파들은 “민주당이 왜 대통령과 정부를 상대로 싸우려 하느냐” “민주당이 대통령의 팔다리를 자르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통합당은 당정 간 이견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고 주장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자 통합당 정책위의장인 김재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이 추경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다시 문 대통령과 담판을 하든지, 홍남기 부총리를 어떻게 시키든지 해서 수정 예산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여당이 심부름꾼에 불과한 홍 부총리를 겁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여당이 주장하는 국채 발행을 통한 추가 재원 마련은 재정건전성 문제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통합당이 총선에서는 전 국민 50만 원 지급을 약속해 놓고, 선거에서 지자 말을 뒤집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김 의원은 “50만 원 지급은 예산 조정을 통해 마련하자는 것이었지 국채 발행 얘기는 애당초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팽팽히 맞선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도 마주 앉지 못하자 여권 내부에선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급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질 경우 취약계층 보호라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것. 민주당은 5월 초 지급을 위해 늦어도 29일까지 2차 추경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여야 합의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며 “대통령과 당이 5월 지급을 얘기한 만큼 어느 시점이 되면 시급한 상황을 고려해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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