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불과 6일 만에 첫 확진자…중수본·대구 지휘
현장 찾아가 의견 수렴…마스크 5부제 등 제안도
이번주 목요대화 시작…범정부TF 연계해 정책으로
경영계, 노동계 등 각계와 만나 소통과 협치 시도
“원래 경제 총리, 통합 총리가 제가 가고자 했던 길인데 잘못하다가 코로나 총리가 되게 생겼습니다.”
하소연은 현실이 됐다. 22일 취임 100일을 맞은 정 총리는 임기 대부분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매진했다. 지난 2월1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 총리는 취임 전부터 강조했던 ‘경제 총리’를 언급하며, 경제 활성화에 조금씩 중점을 두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하지만 일주일 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 총리는 ‘코로나 총리’로 임기 초반을 보내게 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한자리에서 두 자릿수를 오가며 안정세를 보이자, 정 총리는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취임 전 밝힌 ‘목요대화’를 본격 시작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각계 의견을 직접 듣겠다는 의지다.
◇임기 9할을 코로나19 대응에…중대본·대구 직접 지휘
취임 6일 만인 지난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정 총리는 회의실과 일선 현장을 오가며 초기 진압에 나섰다.
설 연휴인 24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코로나19 대응 검역 상황을 점검하고, 같은날 긴급 관계기관 회의를 초기에 강력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28일에는 2차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중국 우한에 체류 중인 교민들 귀국을 돕기 위해 전세기를 투입하겠다고 직접 발표했다.
이후에도 정 총리는 주 2~3회 회의를 주재하며 관계 부처 장관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진단키트 제조업체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등을 방문하고, 전문가 단체 간담회도 열었다.
‘경제 총리’를 자처한 기업인 출신답게 경영난을 겪는 기업을 살피는 일도 놓치지 않았다. 자동차 부품 수입에 차질을 빚는 기업을 찾아 직접 어려움을 듣고, 소비 진작을 위해 소상공인을 만나기도 했다.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정 총리는 2월19일 대구로 급히 내려가 범정부 차원 대응에 나섰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설치되자 직접 본부장을 맡아 ‘컨트롤타워’가 됐다. 국무총리가 직접 중대본 수장을 맡는 건 2003년 중대본으로 지휘체계가 일원화된 후 첫 사례다.
이후 서울에서 대구 상황을 점검하던 정 총리는 25일 다시 대구로 내려가 약 3주간 상주하며 현장을 지휘했다.
대응 과정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해외출장 기업인을 위한 무감염 증명서 발급과 마스크 5부제 등은 정 총리가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병상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직접 지자체와 기업을 설득해 병상과 생활치료센터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목요대화’ 본격 시동…코로나19 이후 변화 대비
정 총리는 취임 전부터 밝힌 ‘목요대화’를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 목요대화는 스웨덴 ‘목요클럽’에서 착상한 대화모델로, 정기적으로 정당 및 각계각층 대표들을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다.
타게 아렐란데르 전 스웨덴 총리가 목요클럽을 통해 정기적으로 경영계, 노동계 등 인사들을 만나 소통과 협치를 끌어낸 점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정 총리 스스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노사정위원회 1기 위원과 2기 간사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을 살린 제안이다.
정 총리는 지난 1월30일 사회적 대화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어 목요대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첫 삽을 뜨지 못했고, 정 총리는 약 석 달 만인 오는 23일 오후 첫 목요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주례회동에서 “코로나19 이후 생활·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근원적 변화가 예상된다”며 “목요대화를 각계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창구로 활용해 시급하고 대응이 긴요한 과제를 발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목요대화는 ▲경제·산업 ▲사회·문화·공공 ▲국제관계·안보 ▲방역·보건 등 총 4개 분야로 가동되며,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TF와 연계해 논의 내용이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총리는 오는 6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릴레이 간담회를 열 계획이며, 시급한 의제부터 발굴해 대응할 방침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정 총리는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 역할까지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 총리가 할 부분이 크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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