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지도부가 총선 패배 수습책으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기류가 당 안팎에서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대위 체제 추인을 위해 다음주 열릴 전국위원회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되거나 부결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당 수습책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되는 형국이다.
통합당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항은 23일 오후 김 전 위원장을 만나 현역 의원과 당선자 142명을 조사한 결과를 전달하면서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통합당은 28일 전국위를 열어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공식 추인할 계획. 전국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700~800명의 위원들이 각자 전국 시·도당별로 모여 화상 회의로 진행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김종인 비대위’를 거부하는 기류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대권 후보를 만들 때까지 전권을 달라”는 김 전 위원장의 요구가 ‘무기한 전권’(임기제한 없는 전권)을 달라는 것으로 해석되면서다. 3선에 성공한 조해진 당선자는 이날 입장문에서 “비대위는 당이 자주적 역량이 없어서 식민통치를 자청하는 것과 같다”며 “당의 실질적 주체이며 자기개혁과 쇄신의 주역이 돼야 할 국회의원들을 쇄신 무능력자, 정치적 금치산자, 개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이) 무제한의 임기와 당헌당규를 초월하는 전권을 요구하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오만한 권위주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초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찬성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라며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릴 때는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럴 바엔 차라리 헤쳐 모여 하는 것이 바른 길 아닌가”라고 했다. 총선을 거치며 당내 주류 계파로 복귀한 유승민계와 홍준표계 모두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사실상 반대하고 나선 셈이다.
재선에 성공한 당선자 19명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비대위 체제를 수용할 것인지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 중 상당수는 “무기한 전권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통합당은 28일 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전국위원은 통합당 의원들과 지자체장, 시·도당과 당협위원회 추천 인사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있는데, 당내 논란이 큰 상황에서 압도적 지지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안 부재론’도 여전하다. 당이 궤멸 직전인데 정치력이 검증된 마땅한 구원투수를 당장 구할 수 있겠느냐는 것. 5선이 되는 정진석 의원은 현역 의원과 21대 국회 당선자들이 합동 연석회의를 갖고 사실상 김종인 비대위에 힘을 싣자고 제안한 상태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어떤 식으로든 영남당 이미지를 벗어나는 게 중요한데 김종인 외 별 대안이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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