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70% 지급안’을 고집했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청와대는 홍 부총리의 사의표명 보도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설”이라고 일축했다.
홍 부총리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 등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때마다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번번이 반대해 왔다. 교과서적으로 누구 말이 맞느냐를 따지기 전에 당정이 딴소리를 하는 것 자체가 국난극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이 때문에 홍 부총리의 거취가 거론되고 있으나 수면 위로 드러나기에는 경제현안이 급박하다.
홍 부총리가 지난 22일 정세균 국무총리로부터 최종 당정합의안을 들은 후 여당과의 갈등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정 국무총리의 만류로 접었다는 보도가 24일 나왔다.
이와 같은 보도에 대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리실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통상 사의를 표명하기 위해서는 임면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다고 해도 홍 부총리는 여당의 입장과 대치되는 주장을 계속해온 만큼 큰 책임감을 느꼈고 이러한 책임감을 전달하는 과정이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홍 부총리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논란이 있을 때마다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의표명은 인사권자에게 의사를 전달하거나, 인사권자를 대신할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논의 초기부터 현금성 지원을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후 논의 과정에서는 민주당은 지원 대상을 100%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기재부는 50%안을 주장하다 70%안으로 물러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나 홍 부총리는 애초에 50%에서 70%로 가는 과정에서도 재정건전성의 문제나, 더 긴급성을 요하는 재원에 비춰 ‘유동성 비축’이라는 점에서 사실 입장이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4·15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야당에서 먼저 100% 지급을 이야기했고 여기에 여당까지 전국민 지급으로 입장을 정했다. 이에 정부도 고심이 이어졌다. 이미 국회에 제출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2차 추경안의 수정안을 제출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이에 동의한다면 다시 추경 수정안을 제출하는 것이 맞고 그런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어서 국회가 협의하고 합의하면 정부의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지난 22일 당정 합의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가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안에 합의한다면 수용하겠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논쟁이라면 논쟁이고, 흐름이라면 흐름이지 인사 문제가 떠오를 리가 하나도 없었다”라며 “(홍 부총리가) 사표를 냈는데 이것을 (정 총리가) 수습을 했다는 것은 사실하고 맞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내에서도 속도가 생명인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당정이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내심 답답해하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문 대통령이 나서 “빨리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큰 틀에서 정리에 나서기까지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홍 부총리에게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장을 맡기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미 홍 부총리에게 책임있는 자리를 넘겨주며 신임을 보인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에 합심해야 할 시기에 경제팀 수장을 인사조치할 경우 공백을 메꿀 대안이 없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지금 문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코로나19에 대한 ‘방역’과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두 가지 밖에 없어 ‘인사’까지 생각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또 지금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이견으로 정책추진 동력이 다소 떨어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나라살림을 꾸리는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에 대해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당과 기재부의 입장에 대해 문 대통령도 많은 고민을 했고 두 입장 모두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주재한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결정을 발표하며 “정부로서는 끝을 알 수 없는 경제 충격에 대비하고, 고용 불안과 기업의 유동성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재정 여력을 최대한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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